시간과 존재의 두강

<더시시비비-12>

by 리디아 MJ


8화. 흐름 속에 놓아준 감정은 결국 나에게 돌아왔다


“모든 감정은 흐름을 가진다.

머물게 하면 썩고,

흘려보내면 돌아온다.

그것이 순환이다.”




감정은 본래

움직이는 것이다.

사랑, 분노, 슬픔, 기쁨—

그 어떤 감정도

가둬두면 썩는다.


고여 있는 물이

언젠가 썩듯이,

멈춘 감정도 언젠가

다른 방식으로 터져 나온다.




나는 한동안

감정을 품고 사는 법밖에 몰랐다.

그건 곧,

감정을 붙잡는 방식이었다.


좋은 감정이든

고통스러운 감정이든

나는 놓지 못했다.

마치 감정 자체가

나의 존재인 듯이.




하지만 감정은

붙잡을수록 멀어진다.

놓아줄 때에야

비로소 진짜 내 것이 된다.


그걸 알게 되기까지

나는 여러 계절을

통과해야 했다.




하루는

여름 소나기처럼

모든 감정이 쏟아지던 날,

그것들을

글로 써 내려갔다.


‘놓아주는 글쓰기’라는 말이 있다면

그건 아마

그날 나의 행위였을 것이다.


종이 위에 감정을 풀어놓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숨을 쉬었다.




감정은

솜사탕 같기도 하고,

작은 돌멩이 같기도 하다.


한순간에는

가볍게 녹아버릴 듯 보이지만,

어떤 순간엔

묵직하게 가슴에 박힌다.


그래서 감정엔

모양이 없다.


그저

그때그때 흐르는

‘상태’일 뿐이다.




나는 이제

그 흐름을 거스르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땐

그 사랑이 언제 끝날지

두려워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미워할 때도

그 감정이 나를 해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흘려보낸다.




감정을 흘려보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느 날,

돌아온다.


익숙한 얼굴처럼,

혹은 잊고 있던 음악처럼,

문득 내 안으로 되돌아온다.


그리고 말한다.

“이제 괜찮아.”




삶은 순환이다.

숨도 순환이고,

물도, 사랑도,

상실도 순환한다.


떠나보냈던 감정들이

내게 돌아왔을 때,

나는 알게 되었다.


그것은 더 이상

나를 휘젓지 않았고,

아프게 하지도 않았다.


그저 나의 일부가 되어

고요히 머물렀다.




이제 나는

새 물을 부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텅 빈 마음에

새로움을 담을 줄 아는 사람.


사랑이든 상실이든

흘려보낼 줄 알고

맞이할 줄 아는 사람.




강물은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지만

그 끝은 다시 시작이 된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놓아주는 법을 배운 뒤에야

나는 비로소

감정을 ‘살 수’ 있게 되었다.



〈The CCBB-12〉 8화.

감정은 흘려보낼 때

비로소 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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