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비엔나커피와 맥햄버거 사이에서》
노천카페가 있는 골목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걷는 동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파란 하늘.
마치 돌멩이 하나만 던져도, 고요한 물 위에 동그랗게 퍼지는 물결처럼
하늘에도 물둘레가 생길 것 같았다.
날씨가 너무 좋아, 망설임 없이 노천 자리에 앉았다.
카페 안보다 바깥이 훨씬 따뜻하고, 여행자다운 기분도 들었다.
서로 어깨를 주무르며, 지친 다리를 풀며, 우리는 비엔나커피를 기다렸다.
풍성한 하얀 거품 위로, 작은 은숟가락이 살포시 얹힌 채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커피 한 잔.
이 정도의 사치는 누려도 괜찮겠지.
여행자에게 필요한 건 때론 이런 한모금의 여유,
낯선 도시에서의 아주 작은 포근함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우리는 움직이는 사람들의 동선을 따라 관찰자 모드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왼쪽 보도블럭 쪽에서 손을 마구 흔드는 사람이 보였다.
둘째 아이 옆에 선 남자, 바로 H님이었다.
그의 얼굴엔 무언가 발견한 사람만의 환한 표정이 떠 있었다.
“맥도날드 찾았나 보다.”
나는 속으로 웃었다.
아이와 함께 당당히 “맥햄버거!”를 외치며 나섰던 그 둘.
낯선 도시 한복판에서 맥도날드를 찾은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무언가 특별한 장소를 발견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비엔나커피의 낭만을 뒤로 하고,
햄버거를 만나러 다시 걸음을 옮겼다.
주문과 동시에 나온 햄버거.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우리가 먹던 것보다 사이즈가 한참 작았다.
“어? 우리 햄버거 잘못 나온 거 아니야?”
“다른 사람 주문이랑 바뀐 거 아냐?”
눈빛이 오갔다.
누가 가서 확인해볼까?
우리는 서로 눈빛으로 ‘출동자’를 결정하려 애썼다.
그 눈치 싸움의 끝,
이곳에 꼭 오자던 H님이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언가 설명한 뒤,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를 그리며 돌아온 그의 말.
“원래 그런 거래. 맞게 주문한 거래. 일단 맛있게 먹자!”
실망한 아이들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바로 긍정 회로를 돌렸다.
“이것도 어디야… 감사히 먹겠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맥햄버거 한 입 거리는,
5초 만에 깔끔하게 사라졌다.
언제나 완벽할 순 없다.
하지만 때때로 낯선 도시에서의 소소한 실수조차
가족만의 유쾌한 추억으로 남는다.
햄버거가 크든 작든,
비엔나커피가 낭만적이든 아니든
이 여행의 가장 따뜻한 풍경은
함께 웃으며 눈빛을 주고받던 이 순간이었다.
—ing 리디아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