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쇤부른 궁전 – 황금빛 기억이 남긴 것〉
이른 아침, 호텔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오전 8시 30분의 쇤부른 궁전.
바람은 아직 덜 깨어 있었고, 사람들은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한 참이었다.
“여러분, 첫 입장이 중요합니다.
뒤로 밀리면… 사람들 뒤통수만 보다가 끝나요.”
가이드님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경험에서 우러난 말에는 믿음이 실려 있었다.
우리는 엄마 오리를 따르는 아기 오리처럼, 차례로 줄을 서서 입장했다.
첫 번째 관람객이라는 작은 특권. 그 덕에 궁전은 마치 우리만을 위한 무대처럼 펼쳐졌다.
궁전 내부는 총 1,441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그중 단 45개만이 일반에 공개된다고.
프란츠 요제프의 침실, 어린 모차르트가 연주했던 거울의 방,
모든 것들이 영화 한 장면처럼 현실 속에 있었다.
잠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떠올랐다.
시간의 틈을 건너던 길처럼, 우리도 이 순간 과거와 맞닿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날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
벨베데레 궁전에서 만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그림 앞에 들어서는 찰나, 둘째 아이가 외쳤다.
“엄마! 엄마가 그렇게 보고 싶다고 백 번 말한 그 그림이죠? 저기 맞죠?”
그 말이 고요한 전시관을 통통 튀듯 울렸다.
나는 당황한 듯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쉿’
하지만 일행들은 따뜻한 손짓으로 나를 앞으로 내세웠다.
아들은 내 손을 꼭 잡고, 망설임 없이 걸었다.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 사진 출처 나무위키>
작가: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대표작
《키스 (The Kiss)》, 1907~1908년 작
양식: 상징주의, 황금기
소재: 금박, 유화, 캔버스
그렇게 우리는 그림 한가운데 마주 섰다.
황금빛 화면, 부드러운 곡선, 조용한 사랑.
그 순간, 말이 필요 없었다.
뒤편에서 일행들이 흐뭇한 눈빛을 건넸다.
“감상평 한 줄 남기세요. 지금 아니면 못 해요.”
노부부 중 한 분은 아들에게 말했다.
“엄마가 아들 덕분에 소원 풀었네요.”
그 한마디가 참 따뜻했다.
모두가 한 팀이 된 듯한 감정 속에서, 여행은 더 이상 낯선 시간이 아니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
우리는 마트에서 산 베리류 과일 몇 개를 조심스럽게 전했다.
고마움을 담은 작은 인사였다.
첫날의 어색함은 그렇게 부드럽게 풀어졌다.
누군가 나의 꿈을 응원해주는 순간,
그 마음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그날의 황금빛처럼, 기억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오스트리아 빈 쇤부른 궁전 >
정원에서 언덕 위 글로리에테를 바라본 장면
앞쪽의 분수는 넵투누스 분수(Neptune Fountain)
—ing 리디아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