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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호수, 할슈타트를 걷다

by 리디아 MJ

2화. 소금의 시간 속으로


케이블카는 순식간에 하늘을 가르며

산중턱 전망대로 우리를 데려다 놓았다.

왼편으로 보이는 스카이워크 전망대는

숨이 멎을 만큼 시원하고 드넓었다.

“세상 끝에 서 있는 기분이야.”


그곳에서 우리는

수천 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소금광산.


광산 입구에서 나눠주는

회색 작업복을 입고 나자

아이들이 먼저 모험가가 된다.

“엄마, 우리 우주복 입은 거 같아!”

우리는 한 줄로 서서

깊은 땅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긴 슬라이드, 어둠, 그리고 흘러나오는 이야기들.

로봇 가이드가 들려주는

‘소금 속에 잠든 남자’의 전설에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인다.

나는 아이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이 순간만큼은 어떤 책보다 생생한

시간의 체험이 된다는 걸 느꼈다.


마지막엔 기차를 타고 지하 미로를 빠져나왔다.

짧지만 진한 소금의 시간.

지금 내 손엔 미니 소금 한 병이 쥐어져 있고,

아이들의 손엔 슬라이드 타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있다.


우리는 웃고 있었다.

짠맛의 기억이

입꼬리에 오래 남을 것 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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