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무뎌질 때, 다시 몸으로 가르치기
태권도 사범 일을 10년 쯤… 하다보면
수업을 진행하는 방법은 몸에 완전히 배어 있다.
즉 긴장감 없이 ‘형식적인 수업’이 가능해진다.
어느새 몸을 움직이지 않고 말로만 수업을 하고 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아이들의 자세를 직접 잡아주던 터치도 사라진다.
물론,
정말 몰입했을 때는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도 만족스러운 수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몰입해서 말로만 하는 수업과
형식적으로 말로만 하는 수업은 다르다.
내가 열정적으로 손짓 발짓을 하며 말은 하지만
정신은 멍해지고,
눈은 아이들을 보고 있지만 마음은 전혀 보고 있지 않을 때가 있다.
비유하자면 이런 것이다.
샤워할 때 굳이 “이제 샴푸해야지, 양치해야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집안 곳곳에 붙여둔 성장 글귀가
어느 순간 그 자리에 있는지도 모른 채 지나치는 것처럼.
익숙해져 반복되다 보면
당연해지고, 무심해진다.
오늘도 그랬다.
피곤했던 하루라
형식적인 수업을 할 것만 같았다.
오늘은 그 무심함과 피곤함을 깨기 위해 이런 방법을 썼다.
‘내가 운동한다.’ 생각하며, 수업을 더 힘 있게 해본 것.
아이들과 품새 5,6,7,8장을 돌며
매 시간 내가 더 땀을 흘렸다.
언뜻 보면 아이들보다 내 운동에 집중하는 것 같지만
멍하니 형식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훨씬 수업의 질이 올라갔다.
내 몸이 움직이니 정신도 또렷해졌다.
아이들을 완벽히 보지 못해도
내가 뿜어내는 에너지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결국 거의 모든 아이들이
오늘 나만큼이나 팔과 다리에 힘을 주고 품새를 했다.
누군가를 지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하나였다.
바로
지도자인 내가
내 에너지를 관리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