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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큼 삽니다
살 수 없는 향기
사람을 읽습니다
by
hada
Feb 18. 2023
2년 전 일이다.
한동안 나는 인생의 주인이 아니라 집사로 사는 느낌이었다. 뜻하지 않은 삶에 부대끼느라 지쳐 사람을 향해 향기를 찾는 일을 포기하고 있었다
.
사는 재미도 즐거움도 없던 내게 이른 아침 작은 속삭임이 들렸다
.
"자기야, 자기 생일이라고 누가 선물 갖다 놨네!"
이불 밖으로 나와 있는 손에 남편이 예쁜 카드를 쥐여 주었다
.
잠을 떨치지 못해 비몽사몽이면서도
' 누가? 선물을?...'
감칠맛 나는 센스쟁이 둘째는
군에 가 있고
남편에게선 강릉이라는 콧바람을 생일선물로 미리 받았으니...
그럼...
케잌으로 생일을 축하하겠다던 우리 첫짼가..
우주의 유일한 존재
오직 단 하나의 향기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인 러쉬 매장 앞을 지날 때면 어떤 독특한 향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곤 했다. 농도는 진했으나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향이었다.
길가에 뒹구는 막돌같은 생김새와는 달리 믿기지 않을 만큼 향이 시원하고 매력적이었다
.
몇 번을 망설이다 어느 날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다짜고짜 지금 이 냄새의 제품을 달라고 했더니 직원에게서 뜻밖의 말이 돌아왔다
.
"이 냄새는 매장 전체 냄새예요!"
러쉬 매장 냄새가 특정 제품의 압도적 향기가 아니었다
.
다양한 향료와 오일이 섞여 특유의 러쉬 매장 냄새를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살 수 없는 향기였다
.
나에게도 향기가 있었나?
킁킁 냄새도 아니고 엄마의 향기라고 했다
.
아들을 통해 처음 듣는 향기라는 말이
러쉬 매장의 첫 경험만큼이나 오감을 깨웠다
.
2
7년 첫째가 어미에게서 체감한 향기는 어떤 것일까?
서툶과 무거움과 엄격함에 과연 향기라는 게 있었을까?
머무르지 않는 아이
더하기의 신념을 묵묵히 쌓아가는 아이
곱하기의 도약을 품고 있는 아이
시늉이 없는 진실한 아이
칭찬과 응원이 몸에 밴 아이
어느새 마음을 채워 주는 아이
이 아이의 심중이 닿는 곳엔 언제나 훈김이 돌지 않았던가
봄의 문턱에 있는 생일을 아들은 향기라는 말로 축복해 주었다
.
추운 겨울에 주저앉아버린 저간의 시간들을 잠시 잊게 해 주었다
.
향기를 찾아 주어야 봄이 된다는 것을 새 것처럼 배우며
꾸덕꾸덕 말라가던 가슴에 봄의 희망을 일깨워 보았다
.
그 동안의 볼품 없는 인생을 저버리지 않고 향기를 입혀 준 아들이 고맙고 또 고맙다
.
러쉬
매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것처럼 나는 아들의 영혼 앞에서 잠시 마음을 멈춘다.
사람의 향기다
살 수 없는 향기다
우주의 유일한 존재
오직 단 하나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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