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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myungdan Apr 01. 2023

식사는 어떻게 잘 하셨습니까?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




먹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입니다

먹기 위해 살든, 살기 위해 먹든

살아 있어서 우리는 먹습니다

생명은 식욕과 함께 탄생하고 유지됩니다

식욕이란 불쏘시개는 활활 타올라

아기에서 어린이로 청소년으로 어른으로

자라고 독특해집니다

문화의 일원으로 성장해

융합되고 팽창하여

또다른 문화적 역량을 탄생시킵니다

그리고 그 창의적 문화를 향유합니다

먹는다는 것은 곧 삶입니다



아득히 오래된 현재

삶을

그 먹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뚜렷하고 왕성하게 밝혀주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어떤 추월도 불허합니다

추종은 있을지라도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지배해온 김수현 작가나  

덕장이자 맹장인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라면

만사 제쳐놓고

정주행을 합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휴머니즘의 너울에 몸을 싣고

제대로 마음껏 흔들립니다

그런데 몇해 전 그에 버금가는 드라마가

내 인생에 끼어들고 말았습니다

인류가 무엇보다 집중했던

먹는다는 존엄한 행위

그리고 그 존엄의 본질인 자유를

주제의식으로 강하게 드러내며

시틋한 일상을 쳐들어왔습니다



시간과 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게 공복을 채울 때

잠시 동안 그는 제멋대로가 되어

자유로워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의식하지 않고 음식을 먹는다는 고고한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힐링이라고 할 것이다



공감을 일으키며

가슴에 흔적을 남기는 나레이션!


고독한 미식가입니다

이노가시라 고로입니다



하라가!

햇다!



온 몸을 공명하는 메아리!



덜컥 맹렬하게 공복이 찾아옵니다

맥락은 끊기고

얼키고 설킨 사회의 현실은

그 순간 비워집니다

무념의 입이 벌어집니다

의식은 뚝뚝 끊기고 현실에서 멀어져

그의 존재는 점점 작아지고 맙니다

롸잇 나우!

지금 당장!!

공복을 채워주지 않으면

이노가시라 고로는 사라질지 모릅니다



공복을 공백으로 둘 수 없습니다

음악과 함께 그의 발걸음이 급해집니다

직진과 직감

음식은 우리의 삶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골목에서 골목으로

쓩 사라졌다

가끔은 다시 후진

찾았습니다

영업중과 만닜습니다

본능에 당첨됐습니다



먹방의 고로가 단번에 패스하는 식당은?

줄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식당!



최고의 힐링은

방해받지 않고

의식하지 않고

해방을 즐길 때 찾아오겠죠!



대립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경쟁하는 메뉴의 대결만 있을 뿐

자 이제부터 빈틈없이 이기적 타임

자유롭습니다

혼자니까요

솔직합니다

음식 앞에서 참되니까요

먹지 못한 음식에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후회는 없습니다

메뉴 선택에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 주문합니다

"우선 그렇게요!"

식탐이 동반합니다




식욕이 터집니다

전세계 요리가 위장과 조우합니다

아마 쉰을 넘긴 신사일걸요!

조그맣고 동그랗게 모은 입술을

쫑긋 세우고

젓가락질을 시작합니다

집에선 낼 수 없는 맛

의외의 새로운 맛

입꼬리는 연신 올라가고

진심의 미간이 모아집니다

이마엔 5단 갈매기 주름

얇은 피부에 쌓인 울대뼈는

고속으로 오르락내리락



최고의 예의와 최선의 음식 영접

입은 왕이 되

공주가 되

고향이 되

아이가 되기도 합니다

앗 뜨!

입술을 대각선으로 당기며 온도를 낮춥니다

열없이 웃으면서요

미식의 지배는 고로를 굴종시킵니다

따뜻함 차가움 뜨거움 모두 최상의 온도니까요



멋진 슈트빨 따윈 필요없습니다

자켓을 벗고 와이셔츠를 걷어올립니다

본격적으로 달립니다

첫끼이자 마지막 끼인 것처럼

미식 찾기의 달인

맛있게 먹기의 달인

호기심의 달인



환장의 맛을 찾아

섬세한 먹기 놀이 시작합니다

음식과 음식...

양념과 음식...

고로는 찰떡궁합을 찾아냅니다

맛에 대한 순수한 본능이

세상의 모든 음식을

그리고 그것을 일구어낸 인간을

위대하게 만듭니다



결국 고로는

박수를 쳐댑니다

자신과

음식과

요리사에게도요



뭐니 뭐니 해

고로는 소통의 달인입니다

자신과 소통합니다

음식과 소통합니다

스스로 럭키 데이를 만듭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합니다



사회에 얽매인 우리의 현실은

수시로 공복을 줍니다

채워지지 않는 그 공복을 위해

잠시라도 사회를 떠나

관태에서 벗어나

자체 검열 없이

음식과 단 둘이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것이 미식이라면

깨고 싶지 않은 꿈일지도요



잘 먹었습니다!



하얗게 불태웠습니다

감정의 불순물은 목구멍으로 넘어갔고요



식당을 나온 고로는 잠시 방향을 찾습니다

30분 남짓 그 순간이 백일몽 같았으니

그럴만도 하죠

식전과 다른 새출발이니

그럴만도 하죠

으짜짜

다시 태어난 듯 기지개를 켜며

길 위로 나섭니다



불확실한 현실을

지칠 현실을

노곤노곤해질 현실을

가볍게 다시 걷습니다

삶을 지켜내기 위해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 걷습니다

일상의 균형을 잡고

일상의 방향을 다시 잡았으니까요



여러분은 무엇으로 자신과 소통하시나요?



최고의 힐링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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