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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myungdan May 27. 2023

시오빵??...야마도네!!

빵은 이름에 날개를 달고



국민학교 때의 추억입니다

그 당시 국민빵은 토끼가 절구질하는

보름달이었습니다

점방마다 보름달의 위세가 당당했었죠

100원이었습니다

소풍갈 때 받는 돈이 500원이 안 됐으니

평상시에 그 보름달을 사 먹기는 도무지 어려웠습니다

마음을 휘저었지만 그림의 떡이었죠

대부분의 시골 아이들은

공산 식품에서만큼은 국민이지 못했습니다



학교에서도 빵을 신청해서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한달치 빵값을 내면

플라스틱 상자에 빵이 담겨 각 교실로 배달이 왔습니다

수라야 각 반에 두서너 개

물론 그빵 주인은 읍내에 사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속으로 침만 삼키는 대부분의 아이들과는 달리

읍내 아이들은 크림이나 속재료가 없던 담백한 빵이 심심했던지

갈색으로 구워진 겉면만 조금 벗겨 먹다가 가방에 그냥 처넣어 버렸습니다

'집에 가져가면 짓이겨진 빵을 버리기나 더할까...'

'저럴 거면 좀 나눠 먹기라도 하지...'

허락되지 않는 빵은 잠깐식 어린 마음을 초라하게 만들고 웃음기를 걷어갔습니다

비손이 향하는 숭배의 대상이 보름달인 것처럼

빵은 보름달처럼 동심을 헤아려 주고

보살펴줘야 할 절대자가 되었습니다

오죽하면 빵공장 사장한테 시집간다고 했을까요

위로를 부탁드립니다



어쩌다 구원의 순간으로 데려가는 건

일년에 두서너 번 걸리는 심한 감기였습니다

감기로 열이 펄펄 끓고 입맛을 잃을 때였습니다   

그 어떤 우주의 에너지도 쉽사리 내 편이 되어 주지 않던 막막함이 환희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5일장이 서는 날

엄마는 찐빵 100원어치를 사왔습니다

장에 따라 갔을 때 봤던

곡물전 앞 이동 찐빵가게에서 사온 것이었습니다

커다란 양은뚜껑을 열면

구름처럼 피어오르던 김조차 식욕을 뭉게뭉게 피어오르게 했던 곳입니다

비닐을 열고 종이를 풀면

작은 찐빵 열 개가 완두콩처럼 나란했습니다

5리 되는 거리의 집이었으니

따뜻한 김은 날아가고 온기가 겨우 남아 있을 정도였습니다

푹신폭신한 빵의 식감과 팥앙꼬의 달콤함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그렇게 쓰고 마르던 입에 침이 잘도 고였습니다

찐빵은 감기를 찜쪄먹기에 충분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온전히 농사 지은 자연 밥상이

성장발육을 책임져 준 건 축복이었지만

저와의 소통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빵에 대한 결핍은 집착을 낳았습니다

성인의 문턱으로 들어선 대학

얇디 얇은 지갑이었지만

빵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먹고 싶을 때 내 손으로 사 먹는 빵

행복했습니다

브레드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건 아니지요

울면서 먹은 빵은 없습니다

연료라기보다는 충전이었습니다

어느새 마음을 채워주는 빵이었습니다



강산을 엎어쳤다 메쳤다

길고도 놀라운 변화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빵 사 먹을 돈이 없어서

한없이 작아지는 시대는 결코 아닙니다

집착할 필요도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밥을 제치고 주식으로 등극했으니까요

빵이 재력의 증표 같던 감수성은 이제 중세시대 얘기처럼 들리죠

빵은 일상의 여유이자 고명일 뿐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빵을 좋아하세요?

서양에서 태어난 빵

쌀문화인 동양에서도 거침없이 자라

빵장인들에 의해 나날이 섬세해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단순한 재료로 만든 달지 않은 빵을 자주 즐깁니다

깜파뉴나 크로와상 시오빵 같은 것들을요

아직도 빵은 백전백승입니다

빵공장 사장은 아니지만 남편도 빵을 즐기는 편이고

내 기호를 맞춰주느라

젊은이들 못지않게 빵집 순례를 하곤 합니다



어느날 시오빵이란 게 등장했습니다

지인들과 기분좋은 주말 외출

시오빵을 소개해 주고 싶었습니다

내심 빵의 안목에 의기양양해하면서 말이죠

좌중을 훑으며 손을 곧게 펴 빵을 가리켰습나다

"요건 시오빵! 맛있어요!"

"시오빵??"

일본어를 조금 아는 남편이 한번 더 되뇌며

일침을 가했습니다

"시오빵???.. 야마도네!!!"




한국인의 자발적 사명감이었습니다

'시오빵'

남편에겐 '시'답지 않은 '오'지랖이 돼 버렸습니다

훅 들어온 꼰대질에

풉 웃음을 내뿜었지만

똑떨어지는 이름, 소금빵으로 저장했습니다

에피소드는 풍부해진 감성으로 그것의 존재감을 더하죠

소금.. 소금.. 소금빵!

소금빵이 더 특별해졌습니다

거절할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소금빵

'소'소한 맛으로 '금'새 마음을 달래주는 마성의 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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