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한 사과파이는 나이프로 자르지 마세요
악몽
바삭한 사과파이를 자르려다
망쳐 버렀다
입맛은 혓바닥 아래로
주저앉았고
면사포를 썼던 미래가
불결해졌다
차려준 포크와 나이프의 함정이었다
단내를 맡은 똥파리들이 이죽거리며 들끓는다
비열한 말벌떼까지
양심은 이목구비를 잃은 지 오래고
그림자도 이젠 없다
노름판에 나뒹구는 꿈
심장은 악녀의 피로 펄떡거린다
그것들의 내일을
순식간에 아작내리라
예외는 없다
총을 겨눈다
가위눌려 버둥거린다
다섯 귀퉁이 다 떨어져 나간 별이
백일몽으로 흩어지는가
하늘이 별무덤 되기 전
옷이라도 벗어 감싸안아야지
가위눌려 버둥거린다
눈을 떴다
느닷없는 짧은 다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