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한 마디가 날 일으켰다
나는 부족함 없이 살아왔다.
나의 부모님의 노후는 내가 걱정할 일이 없으니
나만 건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뭐가 그리 조급했을까?
주변에 있는 사람보다 조금 더 빨리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고 싶었던 나는 조급하게 제태크를 시작했다.
나의 조급증과 돈욕심이 모은 것을 그르쳤다.
사회 초년생이 되었을 때부터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는데 모든게 장미빛일거란 생각과 달리
부동산 하락장과 함께 나와 내 남편이 함께 모은 자산이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내가 부모님께 권유했던 부동산들이 문제였다.
부모님의 돈 1억원도 공중으로 사라졌다.
내 권유로 시작했고 그로인해 손해가 났으니
돈 벌어 갚겠다고 말씀드렸다.
부모님이 아직 돈을 벌고 있으니
천천히 갚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순간이 예상보다 빨리 도래했다.
아버지는 일에서 거의 손을 놓으셨는데
작년부터 아예 일이 안들어오기 시작하셨다.
일이 안들어오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진 아버지는
일을 더 이상 하기 싫어하셨고, 당장의 생활비도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가 공장 일을 다니기 시작하셨다.
지금 다니는 공장에서 제일 오래 다닌 사람 중 하나로 꼽힐만큼
성실하고 누구나 찾는 직원이 되셨다.
어머니는 아직 일할 수 있고 일하는 자체가 좋다고 말씀하시지만
당장 생활비를 벌기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볼때마다 자책감이 심해졌다.
“내가 그 돈을 가져다 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수없이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손실이 시작되고
1년은 회피했고 현실을 부정하다가
1년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했다.
회사를 다니며 부업을 병행했는데 사실 생각보다 쉽지 않아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회사 밖에서 스스로 돈을 버는 일은 참 쉽지 않구나 깨달아가던
어느날 엄마에게 흐느껴 울며 얘기했다.
“엄마, 미안해. 내가 못난 딸이라 미안해.
엄마랑 여행도 다니고 싶은데 내가 그렇게 못하는 딸이라 미안해“
그러자 엄마가 말했다.
“너는 아직 젊어서, 다시 일어날 수 있어.
지금 이 정도는 힘들어도 괜찮아. 그러니까 울지마 내 딸”
왜 이 말이 나에겐 그렇게 큰 힘이 되었을까.
나는 내가 겪고 있는 일이 내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바위처럼 느껴졌는데
엄마는 마치 발로 차버리면 되는 조그마한 돌맹이처럼 되는 것처럼 얘기했다.
이 정도는 너에게 타격이 아니라는 것처럼 담담히 말아는 엄마의 말 한마디가 그 순간 큰 위안을 주었다.
33살까지 한 달을 남겨두고 있다.
부모님을 부양해야 할수도 있다는 자각이 없던 과거엔
하루하루가 근심걱정 없이 행복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나만의 가정을 꾸리고 싶으면서도 부모님의 노후가
내 어깨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가슴이 턱턱 막힐때가 있다.
하지만 엄마의 말처럼 이 또한 젊은 나라서 할 수 있는 고민이고
돌이켜 보면 별거 아닌 고민이 되어있을 것이다.
지금 힘든 건 괜찮다. 그러니, 앞으로남은 2024년 한 달도 알차게 살고
또 앞으로 다가올 젊은 33살의 인생도 찬란히 살아내보겠다.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