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더 좋은 질문 712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의 인상착의를 설명하는 문자메세지를 보내라.
소개팅남에게 나를 소개한다고 오늘 출근 룩을 적어봤다. 후후
진짜 이런 차림으로 소개팅을 나갔으면 바로 차단당했을테지만 말이다.
나는 한 때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했다.
안입는 옷들을 몇 년 전에 굉장히 많이 버렸는데 그래도 아직 내 옷장엔 옷이 많다고 생각한다.
계절 상관 없이 돌려입는 바지 4개가 있고, 겨울 상의는 10개정도 있다. 패딩과 코트는 각각 2개씩 있지만 검은색 숏패딩만 입고다닌다.
격식을 차려야하는 자리에 입는 COS 치마가 있는데 이 치마를 구매한지도 벌써 5년이 다 되어간다.
남편이 큰맘먹고 생일에 사준 치마인데 아껴서 입으니 앞으로 몇 년은 더 입을 것 같다.
유행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옷차림이지만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만큼 내가 옷 입는 스타일은 무미건조하다.
공대생인 남편도 나에게 ”패션 센스가 나보다 없네“라고 말할 정도다.
한 때 옷입는 것에 관심이 많을 때 남편을 꼬셔두길 잘했다.
아직도 대학생 때 엄마가 사준 속옷을 입고 있는데 구멍이 났나보다.
어느날 남편이 내 구멍난 내 속옷을 보더니
”속옷을 좀 사면 어때?“ 조심스레 묻는데 웃겼다.
아직 신혼인데 내가 남편에게 너무 심했나? 싶다가도
‘아니 입을만한 속옷을 왜 버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인격이 불쑥 반기를 들었다.
아무튼 나는 이런 옷을 주로 입고 있다.
겉옷부터 속옷까지 세월의 흔적이 뭍어나는 옷들이 나를 감싸고 있다.
옷을 살 때 내게 중요한 기준은
첫째, 관리하기 편한가.
다림질도 싫어하고 보풀 떼는 것도 싫어하는 나는 애초에 이런 제품의 옷을 고르지 않는다.
그래서 재질을 굉장히 신경쓰는 편이다. 구김 안가는 셔츠류를 좋아하는데 이런 셔츠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티셔츠도 건조기 돌려도 괜찮다는 평을 무조건 찾아보고 산다.
둘째, 내가 갖고 있는 옷들과 잘어울리는가
그래서 디자인이 거기서 거기다. 내가 갖고있는 옷에 기준을 맞추다보니 톡톡 튀는 옷이 없고 무미건조한 옷들로 채워진다.
셋째, 유행을 따라가는가
유행은 신경쓰는 편이다. 옷은 잘 안사도 남들이 무슨 옷을 입고있느냐는 보고있다.
그래서 늘 무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무신사, 자라에서 옷을 산다.
이 기준으로 옷을 사면 대게 오래 입는 편이다.
오늘 입고온 검은색 후드티도 1달만 넘기면 꼬박 7년을 입었다.
이런 기준을 갖게 된 것이 회사에 입사하고나서 부터니까
앞으로 회사생활을 계속 한다면 스타일의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아닌가? 아이를 낳고 또 그에 맞춰 옷이 바뀌려나?
옷은 참 신기하다.
구속받고싶지 않으면서도
그게 내 정체성을 대변하기도 하고..
뭐가 되었든 내가 가진 옷들이 날 편안하게 하고
나와 조화롭게 어울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글쓰기 더 좋은 질문 712에 나온 첫 번 째 질문을 글로 남겨봤다.
이렇게 누군가 무심코 던진 질문에도 글을 쓰려고하니 한참을 생각하고 쓰게된다.
앞으로 꾸준히 이렇게 712 책을 따라 글을 남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