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8 - 우도, 산굼부리, 새별오름

친구, 동료, 가족과 함께한 세 번의 제주 여행 이야기!

by 김기병

# 2002년 "봄"의 제주!


`02년 6월 28일 금요일

- 용두암 → 만장굴 → 성산 일출봉 → 우도(우도봉 - 검말레 - 산호사 해수욕장) → 산굼부리 중 [하편]


우도에 도착해서,

일주 관광버스를 타고 '환상의 섬' 관광을 시작한다.


첫 번째 코스는 우도봉!

우도봉은 멀리서 보면 마치 사자의 형상처럼 보인다.


잔디가 쫙~~ 펼쳐진 멋진 봉우리엔,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말이 뛰논다.


외국인 커플 사진도 찍어주고,

우리도 사진을 남기려고~


"Take a picture, please"라고 했더니...

"김~치" 하란다^^;


헐~ 이럴 땐 우린 영어를 써야 돼, 아님, 우리말을 써야 돼?^^;


속으로 피식 웃어보며 정상으로, 정상으로...

높은 곳에서 멀리 성산일출봉과 쪽빛 바다를 보니,

한 폭의 수채화가 따로 없다. 정말 아름답다!


기사 아저씨는 특유의 목소리로~

예쁜 섬 우도를 아주 재미나게 설명해 주신다.


우도의 전설을 뒤로하며, 검말레로 이동한다.




검말레의 첫인상은 아주 '까맣다'였다.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래도, 바위도, 주변 풍경이 대부분 검은색이다.


이건 살짝 '안 비밀'인데,

미역 냄새가 조금(?) 지독하다^^;


검은색 동굴인 검말레 동굴, 큰 바위 얼굴...

그 옛날 섬이 일본으로 떠내려가는 것을 막아줬다는 고마운 말뚝바위...


검말레의 풍경은... 그 이름처럼,

특유의 우직한 멋이 보여 좋다.


우도의 마지막 코스는,

국내 유일의 산호모래로 이루어진 산호사 해수욕장!


산호가 부서지고 또 수없이 부서져서...

백사가 된 모래사장과 모래자갈.


얼마나 오랜 시간을 견뎌내면,

이처럼 곱고 부드러워질 수 있을까?


과연 나도... 지금에 더해 많은 시간이 지나면,

이 산호사처럼 '보드라운 마음'을 간직할 수 있을까?

발에 밟히는 바다의 시원한 감촉에,

하루의 피로가 싹~풀린다.


하얀색 예쁜 산호를 열심히 줍다가,

시간에 여유가 있어 잠시 생각에 빠져본다.


제주의 바다는... 참 예쁘네^^


다시 배를 타고 성산으로,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산굼부리로!




버스를 2번 타야 한다기에 택시를 탔는데,

헉~ 택시비가 16,000원!


이런... 친구랑 정말 피~ 토하는 줄 알았다.

숙박비 아끼려고 비박(지형지물을 이용해 텐트 없이 최소한의 장비로 밤을 보냄)까지 하고 있는데,

무슨 택시비가 이렇게 비싸다니...


좋은 여행 기분 망치기 싫어~

속으로는 울분(?)을 조용히 삼킨다!


지금은 얼마 아닌 돈일 수 있지만,

23년 전... 학생이었던 우리들에겐 정말 큰돈이었다TT


산굼부리는...

한라산의 백록담, 성산 일출봉과 함께 분화구 화산이다.

제주도_여행_274-1.jpg

용암이 분출될 때,

주변의 암석을 같이 날려~

오로지 천연림으로만 둘러싸인 천연기념물이란다.


깊이 140m, 너비 2,030m로~

규모 면에선 한국에서 가장 큰 분화구가 아닌가 한다.


울창한 수풀이 주위를 에워싼, '마루'화산인 산굼부리는~

촉촉이 내리는 비에, 더욱 싱그러워 보인다!


주위에 우거진 억새풀도 역시나 정겹다.

억새의 모습이 산굼부리와 꽤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아~ 하루가 거의 끝나고,

산굼부리에서 가까운 소인국 미니랜드로 향한다.


이곳은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으로,

세계 각국의 유명한 명소들을 축소시켜 놓은 테마파크이다.


오늘은 생각보다 많은 일정으로, 내일을 기약한다.


여기는 제주도에서 가장 조용하다는 소문답게,

주위가 너무나 한적하다.


유난히 고즈넉한 제주의 밤이 깊어간다.


근처에 민박집도 없어,

미니월드 맞은편 버스 정류장에서 밥을 해 먹는데... 헐~ 비 소식이 있다TT


아~ 피곤한데... 비까지 온다네...^^;


에라~ 모르겠다.

오늘은 이곳에서 자리를 핀다!

아~ 버스정류장에서 침낭을 덮어쓴 내 모습은...

지금 보니 왠지 초췌해 보인다^^;


그 당시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우수에 찬 눈빛은...

그 시절, 과연 무슨 말이 하고 싶었을까??


친구 녀석이 아무 불평 없이 잘 따라와 주는 게 참 고맙다.


내일 새벽 일찍, 소인국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겠다며~

나의 친구는 불굴의 의지를 불태운다.


"친구야, 근데 어떻게 하면...

화장실에서 샤워까지 할 수 있는 거야???"


친구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며 씩 웃는다.


그렇게 소박한 바람을 가지고 있는 나의 친구는...

역시나 미워할 수 않은 녀석임에 틀림없다^^




# 2021년 "가을"의 제주!


제주도는 작은 산이나 봉우리를 의미하는,

'오름'이 유독 많은 곳이다.


처음엔~ 예전에 친구와 찾았던

산굼부리의 기억을 떠올렸는데,

그곳에 비하면 이곳은 왠지 더 아늑한 느낌이다.

저녁 하늘의 샛별처럼 외롭게 서 있다 하여,

'새별오름'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진다고 한다.


제주의 예쁜 경치만큼,

이름까지 정겨운 새별오름을

큰 아이와 함께 올라본다.


우리 막내는 지쳤고,

칭얼대는 막내를 업고 새별오름을 오르다간~

아마도 해가 저물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새별오름은 역시 이름에 걸맞게 계단이 많다.

헉... 헉... 점점 숨이 차오른다...


이 오름을 막내를 업고 올랐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이곳은 가을철 억새 군락과 일몰 전망이 유명하다.

우리가 찾은 지금이 마침 그 시기인 듯하다.


힘들게 정상에 오르니, 수많은 가을 억새가...

작은 언덕 전체를 빼곡히 덮고 있다.


억새의 뒤로 멀리 바라보이는 바다의 지평선이,

해를 숨기려는 구름색과 닮아 보인다.

정상에 오르면, 새별오름을 설명해 주는

- 남봉을 중심으로 남서, 북서, 북동 방향으로 등성이가 뻗어 있으며, 5개의 봉우리가 별표처럼 둥근 형태를 이룬다 -

말이 이해가 된다.


해가 지려고 해서,

막내가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서두른다.

오름에서의 가을 억새를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억새와 함께 사진을 남겨본다.


새별오름에서 나는~

아주 마음에 쏙 드는 사진 한 장을 건졌다.


오름을 가득 채운 수많은 억새처럼

나도 오름 색깔을 닮은 옷을 입었다.


새별오름에서 만큼은...

나의 옷은 일반적인 양털옷이 아닐지도 모른다.


얼기설기 자연으로 엮은 '억새 옷'이 아닐까?

이 멋진 사진은, 우리 큰 아이가 찍어주었다.


"연서야, 사진 정말 맘에 든다. 고마워!"


우리 큰 딸에게는 사진작가의 기질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제주에서는 억새의 색과 닮은 옷조차도~

하나의 멋진 추억이 된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이 옷을 입으면,

그때... 새별오름의 가을 억새가 생각난다.


이 사진을 남겨준 큰 아이는,

비록 지금은 마음이 단단해지는 시기에 있지만~

여전히 예쁘게 잘 자라고 있다^^




이 멋진 풍경을~

우리 "짝"과 "막내"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남겨둔 것이 있으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어서 좋다.


아마도~ 충분한 시간이 흘러,

우리 막내가 훌쩍 자라 있는 어느 날...


"아빠~ 나만 빼고(?) 갔었잖아...

그때 제주에서 못 봤던 새별오름이 보고 싶어.

우리 다시 한번 제주 가자!"


막내의 이 말로,

다시 우리 가족이 제주를 찾기 위해~

짐을 꾸리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날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아름다운 제주의 멋진 풍경을,

성장한 아이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니!


즐거운 상상이 더해지니,

나의 마음은 벌써 미래의 제주에 도착해 있다.


오늘도 가슴 가득한 설렘으로,

제주와 더 친해지는 하루이다^^!



- To be continued -




[브런치북] 그해 제주의 시리도록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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