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도 꽃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2020.04.03
‘세상 모든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며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스스로에게 몰입해 있기 때문이다. 꽃들은 천재지변이 있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에게 몰입한다.’ (심연-배연철)
때 묻지 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 인생을 살아가며, 특히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굳건히 지키고 있던 신념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억지로 그 신념을 흔드는 사람도 있고, 상황이 그렇게 만들기도 한다. 그 영향을 받고도 같은 길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는 사람. 남에게 부리는 고집이 아닌 스스로에게 하는 집중이고, 또 포부이다. 본인에게 집중하고 있는 사람은 편견을 가지거나 남을 평가할 시간도, 눈치를 볼 시간도, 비교할 시간도 없다. 오로지 자신을 발전시킬 시간만 존재할 뿐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이야기만 잠깐 나눠도 말투에서, 눈빛에서, 또 몸짓에서 그 성품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아, 이 사람이라면 신뢰할 수 있겠다.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 경험상 이런 사람들은 질 높은 배려를 할 줄 안다. 그야말로 정상적이고 일관성 있는 교류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며칠 전 회사에서 꽃 같은 사람을 만났다. 스타트업 CEO 인터뷰 영상 촬영을 위해 꽤 규모가 큰 스타트업 창업자와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약속 시간인 오후 3시가 되기 10분 전, 전화가 걸려왔다. “아, 안녕하세요. 오늘 인터뷰 진행하기로 한 ooo의 ooo입니다. 다름 아니라, 도로 정체 때문에 제가 정시에서 5~6분 정도 늦게 도착할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극히 정상적이면서 흔하지 않은 사과를 받았다. 약속 시간 정각까지도 연락이 없어 전화를 하면 “아, 지금 가고 있습니다. 10분 정도 늦습니다.” 혹은 “이제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곧 올라갑니다.” 등 몇 분 지각은 아무렇지도 않은 양 행동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렇게 되면 30분 전부터 촬영실에 조명을 설치하고, 카메라를 세팅하고 간식을 준비해놓고 기다리던 사람은 무안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는 정확히 6분 뒤에 도착했고,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일찍 출발한다고 했는데, 평소보다 차가 너무 많이 막혀서…” 진심 어린 사과는 내 시간이 존중받는다고 느끼기에 충분했다. 역시나 그는 인터뷰 내내 소소한 요구사항과 가벼운 코너의 질문에도 최선을 다해 답했다. 또, 1시간의 인터뷰는 자신에게 집중하며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본인이 해야겠다 마음먹고, 하겠다고 말한 것들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임하는 것이다. 남들에게 잘 보이고, 남들보다 잘 살기 위한 것이 목적이 아닌 뚜렷한 본인만의 목표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오며 겪는 수많은 난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똑바로 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그와 반대되는 사람들과 식사를 했다. 나와 친해지고 싶다던 A가 그나마도 나와 인사만 하는 사이인 B를 중간에 끼고 저녁식사를 청했다. 그렇게 어색한 세 명은 시끄러운 노래가 나오는 맥주집에 앉아 치킨을 먹었다. A와 B는 나와 공통적으로 아는 이 사람 저 사람의 일화를 자꾸만 꺼내 말했다. “이 사람은 이런 일이 있었는데, 좀 그렇지 않아요?”, “아, 그 사람? 이런 점이 별로던데. “ 간혹 가다 본인 소개를 할 때에도 외모, 인기도 등 남들이 자신에게 매긴 점수를 소개했다. 또한 나를 칭찬할 때에도 같은 것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당신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는 깊은 교류가 아니라 수박 껍질이 닳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의 겉핥기였다. 억지 미소를 지으며 앉아있는 한 시간이 영겁의 시간처럼 흘렀다. 집으로 가는 내내 찝찝함이 가시질 않았다.
씻고 다시 책상에 앉아 곰곰이 생각을 한다. 나라고 그 누구에게 내가 느낀 것과 같은 종류의 찝찝함을 느끼게 만든 적이 없을까? 아니, 그 누군가도 분명 나를 만나고 집으로 가는 길 찝찝함을 견딘 적이 있을 것이다. 아, 나도 꽃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먼저 꽃 같은 사람이 되어 나를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줘야겠다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