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3
나는 왜 항상 너를 부러워하는 걸까.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직해 나보다 빨리 어엿한 직장인이 됐고, 엄격한 자기 관리로 살이 쏙 빠진 너는 여느 누가 봐도 예뻤다. 또 나와 다르게 사람들과 사교적이고 스스럼없는 성격이라 처음 보는 사람과도 금세 잘 어울리곤 했다. 또 지나간 일은 빠르게 잊고, 앞으로 쉬이 잘 나아갔다. 그런 네가 부러웠다.
수개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취직 후 힘든 회사생활을 견디며, 아픈 이별을 경험하며, ‘왜 나는’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수없이 되뇌었다. 나의 부족한 점을 수백 번도 넘게 생각하며 자책했다. 나를 채찍질하고 작아지게 만드는 장본인은 바로 나였다. 너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찰랑거리는 머릿결, 자연스럽고 예쁜 미소, 뒤돌아보게 만드는 향기, 눈빛만으로 호감을 느끼게 만드는 분위기, 늘 현재를 즐길 줄 아는 여유, 뛰어난 재능. 모든 요소가 부러움의 기준이었다. 사람을 만나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굳이 찾아내 부러워했다. 호감을 느끼는 것 이상으로 질투하고 또 갖지 못함을 한탄했다.
얼마 전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깊어지는 밤만큼이나 짙은 이야기를 나눴다. 근황 얘기부터 고민상담까지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웃음을 머금은 잠깐의 침묵 뒤 너는 입을 떼고 내가 부럽다고 말했다. 가지고 있는지 인식조차 못하고 있던 나의 것들을 부러워한다고 했다. 머리 뒤로 번뜩하는 느낌이 났다. 누구나 부러움을 살만한 요소를 가지고 태어나고 거기에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들도 추가된다. 이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내 장점을 찾아 크게 만들 생각은 안 하고 남들 것만 좇아온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동시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걸 인지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차분함과 발랄함, 냉철함과 감성적인 성향처럼 상반된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내가 어떤 성향이든, 어떤 성격이든 누군가에게는 본인이 가지지 못한 장점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너무 스스로에게 야박하게 굴고, 편파적으로 평가를 하곤 한다. 까칠하고 예민하다. 이렇게 피곤한 건 이제 그만하고, 그냥 나여서 행복한 내가 되자.
웃을 때 올라가는 내 동그란 앞볼이 좋고, 동그랗고 작은 코가 좋고, 흰 피부가 좋다. 또, 뜻밖의 상황이 생겨도 침착할 수 있는 내가 좋고, 말해야 할 때는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내가 좋다. 아무리 현실에 찌들어도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 앉아 순수한 것들은 꿈꾸는 내가 좋다. 내가 나여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