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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많은 날이 Feb 01. 2023

두 아이 재우기 프로젝트

Chapter1

도대체 한 집에
두 아이 어떻게 재우죠?


첫째를 눕혀 재우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눕혀 재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들였지만 민감한 등센서에 결국 우리 부부는 백기를 들었다. 첫 아이여서 경험이 없었던 것도 그렇고 우리 부부의 강하게 마음먹기 힘든 무른 성격 탓이었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에 나오는 여러 다른 경험담들을 참고해 봤지만 육아는 따라 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전 사진들을 보면 내 품이든 아내 품이든 품에서 잠든 첫째의 사진이 굉장히 많다.


둘째가 태어나자 벌써 잠자는 것부터 걱정이 됐다. 첫째처럼 우리 부부의 험난한 아이와의 취침 전쟁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둘을 처음부터 함께 재울까? 아니면 따로?


우리 부부는 첫째의 분리수면을 포기하고 함께 자고 있었다. 이후 둘째의 수면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 기존에 우리 부부가 가지고 있는 수면의 방향을 고수하기로 마음먹었다. 함께 재우는 방향으로. 그리고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초등학생즈음 되었을 때 두 자매를 한방에 함께 두고 조금씩 분리 수면하기로.


그런데 두 아이를 함께 재우는 일이 당장 가능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가 우리의 답변이었다.


첫째의 잠들기 전 워밍업과 이리저리 왔다 갔다 심난한 잠자리 습관, 중간중간의 잠투정은 이제 갓 태어난 둘째에게 원치 않을 상황임이 불 보듯 뻔했다. 결국 함께 재우는 건 둘째치고 둘째의 안정적인 잠자리 연착륙을 위해 두 아이를 따로 재우기로 결정했다.


이제 둘을 각자 어디에서 재울 것인가?


좁은 집구석에 안방과 작은 방이 두 개 있었다. 작은 방 하나는 도와주러 오신 장모님이 머무는 방으로 쓰고 있었고 나머지 작은 방은 아직까지 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나의 사무용 방으로 쓰고 있었다.


일단 나는 둘째가 태어나기 전 세 가족(나, 아내, 첫째)이 함께 잠들던 안방 침대를 첫째와 그대로 쓰기로 했다.


둘째의 수면만큼 첫째의 수면도 중요했다. 이제 2년 8개월밖에 안 된 첫째도 아직 어렸고 이제 겨우 안정? 된 잠자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당시 둘째가 태어나고 보기 좋게 첫째가 골절로 인해 통깁스를 한 최악의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항상 옆자리에 있던 엄마가 눈에 안 보일 텐데. 그나마 장소나 환경을 유지하는 게 첫째 수면의 질을 어느 정도 확보할 최적의 옵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장모님 방을 제외한 나머지 사무용 작은 방은? 이미 들어가 있는 사무용 책상과 탁자는 보기 좋게 작은 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이런저런 짐들로 구석구석을 채워 넣다 보니 이미 창고형 사무 공간이 되어 있었다. 하물며 그거라도 정리하고 둘째와 아내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게 도리였지만.


이런저런 변명 거리로 아내와 둘째가 거실에서 보내는 걸로 잠정 합의를 보게 되었다.


첫째 이유는 모든 집안 시스템이 둘째에 맞추어질 것이기 때문에 거실이라는 대형공간을 쓰는 것에 거리낌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둘째,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며 아기 침대를 부엌의 동선에서 가까이 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아기 케어에 대한 편의 때문이었마지막이 사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인데 일단 지내보고 이후 결정하자라는 부부의 안일함 때문이었다.


두 아이, 잘 자고 있니?


 안방, 거실 생활 1개월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그래도 첫째가 한참 지나 거의 3개월 이상 엄마 없이 아빠와 잠자리에 들었던 경험(당시 아이가 잘 잠드는 수면 황금기였던 기간이 있어 아내에게 개인 시간을 조금이나마 마련해 주고자 했었다) 때문인지 처음에는 엄마와 떨어져 자야 하는 어색함에 거실로 나가길 몇 차례, 이후 점차 조금씩 아빠와의 잠자리에 익숙해져 갔다.


둘째도 아내의 밀착 케어로 그나마 조금씩 집안 분위기에 적응을 시켜 나갔다. 특히 전혀 예상치 못하게 생후 1개월 만에 통잠 비슷하게 잠드는 기적도 조금씩 맛보게 해 줬다(이 기적은 훗날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는 패배감을 선사해 줬다).


피할 수 없다면 빨리 바꿔라


그러다 시달이 났다.


갑자기 시작된 추운 겨울에 집안 난방 문제로 둘째가 심한 감기에 걸려버린 것이다. 거실이라는 넓은 공용 공간에 쥐 죽은 듯 조용히 지내는 데에도 한계가 밀려왔다.


결국 작은 방들을 정리하고 아내와 둘째를 재울 공간을 마련하게 됐다. 그렇게 옮겨 간 작은 방에서도 한동안 둘째의 적응기는 계속되었다. 잦은 감기와 배탈로 아내 얼굴에 그늘은 늘어만 갔다. 


100일의 기적 따윈 없었다. 통잠의 마법은 어김없이 우리를 비껴 나갔고 둘째는 밤중 시도 때도 없이 깨는 바람에 아내의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밤중 수유를 줄일 새도 없이 깨면 다시 잠들지 못하고 놀거나 우는 시간도 계속 늘어만 갔다.


그렇게 겨우겨우 지나간 둘째 생후 6개월.


마음에 시름만 늘어가던 그때.


갑자기


첫째 아이가 매일 밤 오열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랑 같이 자고 싶어"


예상치 못한 복병에 현기증이 났다.


아, 어쩌지?


그러다


한번 시도해 볼까?


침이 꿀꺽 넘어갔다.


결국 우리는 합치기로 결정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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