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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많은 날이 Feb 08. 2023

그 사람의 노력을 헛되게 하지 마라

아내와의 갈등 해소기

부부의 중심=아이


아이가 태어나면서 우리 부부의 초점이 단번에 아이들에게 쏠려버렸다. 모든 것에 아이들이 우선이 되고 중심이 되어 갔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 부부 관계에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서로 육아에만 정신이 팔려 있어 서로를 돌볼처지가 없었던 건 사실이었다.


'어? 우리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서로에게 짜증 내거나 싫은 말을 했던 것도 아니었다. 혹은 고부 관계가 나쁘다거나 가족 간에 불화가 있었던 것도 전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육아, 누가 알아주기나 하니?


원인은 여러 군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육체적 정신적 육아 스트레스뿐만이 아니라 육아에 대한 각자 사고차이에서 오는 갈등, 육아로 인한 대화 단절, 섭섭함과 오해 그리고 그로 인한 애정 표현 결핍 등등...


그런데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나 열심히 고 있어, 근데 왜 알아주지 않지?'


육아는 누군가의 칭찬이나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서로 손발이 맞지 않고 여유가 없을 때면 서로를 탓하기 바빴고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 신뢰가 조금씩 무너지자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도 여유 없이 육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나에 대한 존중이 없잖아'


한바탕 몰아친 폭풍우


둘째가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어수선할 때 내 부주의로 첫째가 무릎 골절상을 입어 통깁스를 하게 되었다.


아내가 조리원에 입소한 사이 잠깐 부모님 댁에 내려갔을 때였다. 첫째와 놀이터에서 고모가 사 올 아이스크림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의 무료함을 달래고자 첫째와 함께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올 때 내가 중심을 잃고 첫째를 뒤에서 짓눌러 버렸다.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아이가 울기 시작해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무릎이 뒤틀려 뼈가 휘게 되는 중상을 입게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 첫째가 열감기까지 걸린 게 집에 돌아오자마자 둘째로 옮겨갔다. 가뜩이 나마 정신없는 육아로 혼이 나가기 직전이었는데. 첫째는 다친 것도 서러운데 미운 4살을 뛰어넘는 퍼포먼스 우리를 더욱 힘들게 했다.


사실 둘째가 태어나기 전 우리 부부에게 계획이 있었다. 나는 최대한 근무시간을 잘 조절하여 육아에 도움이 되려 했고 첫째는 어린이집 적응을 마쳐 아내가 둘째를 돌보는 일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했다. 장모님도 오셔서 도와주신다고 하시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 이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기만을 기다리면 됐다.


첫째가 다치기 직전까지는...


하지만 보기 좋게 우리 계획은 첫째의 예상치 못한 사고로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우리 부부 둘 다 상처가 컸다. 나는 나대로 첫째를 내 부주의로 다치게 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계획했던 육아 일상을 망친 것 같은 미안함이 가득했고 아내도 어긋난 계획에 대한 실망과 둘째 케어로 첫째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자 더욱 힘들어했다.


"오빠는 왜 한말을 반복하게 하는 거야?"  "나도 노력하고 있어. 계속 지적만 하지 마."


한 번씩 툭툭 던져지는 말에 비수가 꽂혔다.


그리고 결국 서로의 감정이 폭발하게 되었다.


'너무 힘들어. 뭔가 잘못된 것 같아.'


서로에게 바라는 건

그날 밤 아내와 허심탄외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여보가 무심코 던지는 말에 원래는 상처 잘 안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심적으로 여유가 없나 봐요. 아까의 말투가 너무 상처가 됐고 나를 힘들게 하네요."


"여보, 지금 난 둘째 모유수유하고 애 잠재우느라 그 어느 때보다 체력적으로 지치고 힘든데 가뜩이나 첫째는 첫째대로 발 다쳐 수발도 들어야 하고 둘째한테 대하는 태도가 공격적이어서 훈육도 하느라 너무 힘들어요. 첫째한테 사랑을 듬뿍 줘도 모자란 상황에 이런 상황이 오니 너무 지치네요."


누구를 탓하랴?


결국 이 사달이 난 건 내 잘못이 컸다. 미안한 감정에 사무쳐 아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더 예민해져 있었다. 아내도 또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남편 탓만 하랴마는 나의 행동 하나하나에 예민해져 있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조금씩 상처를 받고 있자니 서로 의지가 되어야 할 육아 자체에 흔들림이 있었던 것이다.


서로가 육아라는 것을 함께 하고 있지만 서로가 생각하는 주어진 크기가 다르고 그 크기는 어쩌면 상대방의 행동과 반응으로 가늠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각자가 어련히 알아서 할 그런 깜냥의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서로 의지한다는 건 서로에게 바라는 게 있는 것이고 이것이 충족될 때 비로소 둘의 합이 완성이 된다고 생각된다.


현실적으로 부부간의 육아에 대한 반응이 없다면 그것만큼 힘든 일이 없다고 생각이 됐다.


존중


그래도 우리 부부의 대화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일상 대화에서는 서로 편하게 말을 주고받지만 늘 카톡과 같은 메시지는 존댓말을 쓴다.


나는 첫째를 아내는 둘째를 재우느라 각방 생활을 한지 오래여서 아이들이 잠든 야심한 밤에 하루 있었던 일들과 서로의 서운한 점 등 대화보다는 메시지로 주고받을 때가 많다. 그때 서로 존댓말을 쓰는데 내 생각에는 부부 관계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느껴진다.


서로 존댓말로 메시지를 남기니 서로에게 말로 했으면 상처가 될 말들이 오히려 순화가 되고 배려 아닌 배려가 돼 싸움으로 번질 일도 잘 마무리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아내와 연애 초기 서로 잘 모를 때 쓰던 존댓말을 메시지에서 지금까지 이어오게 유지한 건 어쩌면 정말 잘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국 메시지를 통한 1차 마음의 정리가 되니 2차로 대화를 할 때 어색하지만 좀 더 마음이 통하는 대화가 이루어지게 됐다. 


"오빠 내 말이 상처가 되었다면 미안해. 고의는 아니었어. 나도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그런 비수를 꽂는 말들이 나가는 것 같아. 조금 더 신경 써서 서로 배려될 수 있는 말을 써볼게."


"여보 고마워. 그리고 나도 미안해. 여보가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도 내 탓이 있는 것 같아. 좀 더 아이들 케어에 힘쓰도록 할게."


아내에게 오히려 더 미안해졌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갈등을 키우지 않고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살얼음판을 함께 걷고 있을 때 필요한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지만 배려 있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감추지 말고 표현하되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그 안에 서로가 서로에게 바라는 인정이 채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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