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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rby Apr 21. 2024

마카오 최고의 광동요리

Jade dragon in MACAU, 2024

마카오의 남쪽, 코타이에는 전 세계의 명소가 모여 있다.


대형 카지노 호텔들과 엔터테인먼트 단지가 입점해 있는 곳이 바로 코타이인데, 우리나라에 마카오 하면 잘 알려진 베네치안 마카오를 비롯해 파리지앵 마카오, 윈 팰리스 마카오 등이 모두 몰려 있다. 이들 호텔들의 규모는 정말 어마어마한데, 예를 들면 유명 호텔 중 하나인 '더 런더너 마카오'호텔은 건설비만 3조원을 들였고 6,000여개의 객실을 갖추었다고 한다. 객실만 많은 것이 아니라, 런던의 랜드마크인 빅 벤을 축소하여 설치해 놓고 그 앞에서는 근위병 교대식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호텔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단순히 객실과 카지노만 갖추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복합 엔터테인먼트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쇼핑몰이나 공연장, 호텔, 카지노 등이 거대한 복합 공간 안에 입점해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코엑스를 생각하면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대형 자본이 집약된 코타이의 대형 호텔들에는 그 명성과 경쟁 강도에 걸맞게 다수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들이 입점해 있다. 그리고 미슐랭에서 가장 높은 등급, 그러니까 이 요리를 먹기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3스타 등급 레스토랑도 하나 입점해 있다. 마카오에는 총 세 곳의 3스타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이번 최신 평가에서 지난 번 글의 소재로 삼았던 '디 에잇'이 2스타로 밀려나면서 두 곳만 3스타를 유지하게 되었다. 마카오 본토 그랜드 리스보아의 '로부숑 오 돔', 그리고 오늘 글의 주제인, 코타이 시티 오브 드림즈의 '제이드 드래곤'이다.


'제이드 드래곤', 옥룡은 누가 봐도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 한 작명이다. 중국 요리의 여러 갈래 중 가장 고급 요리로 치는 광동 요리를 하는 곳으로, '로부숑 오 돔'은 프렌치 레스토랑이니 적어도 미슐랭 가이드 기준으로는 이 제이드 드래곤이 '마카오 최고의 광동요리' 라고 할 수 있겠다. 그에 걸맞게 높은 가격대의 음식 위주이지만, 점심에 찾으면 광동 요리의 독특한 점심 메뉴인 딤섬이 상대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이 제이드 드래곤까지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마카오 최대의 호텔 단지 중 하나인 시티 오브 드림즈, 일명 COD는 전 세계의 명품들이 대규모로 입점해 있는 쇼핑몰 뿐 아니라 우리에게 유명한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쇼의 공연장도 위치해 있을 만큼 크기가 크다. 레스토랑의 설명을 들어 보니, 고객들이 여기까지 들어오는 길을 잘 찾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그래서 고객들이 어디인지 못찾겠다고 연락을 주면, 직원들이 직접 데리러 가는 경우도 제법 있다고. 우리도 식사가 끝난 다음, 행선지가 어디인지 물어보고 그쪽으로 나가는 건물 입구까지 직원이 직접 배웅해 주었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다운 가벼운 스몰 토크는 덤. 우리를 안내해 준 분은 한국이 굉장히 추운 나라였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푸근한 마카오의 날씨를 생각해 보면 더욱 그럴 법 했다.


식당 입구에서는 두 가지 재미있는 요소를 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대부분의 고급 광동 식당이 갖추고 있는 수조. 우리나라에서야 동네 횟집에서도 이 수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중식당에서 수조를 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고급 광동 요리집에서는 이 수조에서 꺼내온 신선한 해산물로 조리하는 것을 중시한다고 한다. 보통 메뉴판에 '싯가' 붙어있는 메뉴가 이들이 아닌가 싶다.



또, 광동 요리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할 수 있는 바베큐 화덕이 위치하고 있다. 홍콩이나 마카오의 고급 광동 식당에서는 메뉴판 앞쪽에 다른 고기 요리들과 별도로 바베큐 메뉴를 소개하고 있는데, 제이드 드래곤의 경우에도 자신들의 시그니처 메뉴로 차슈를 비롯하여 몇 가지 바베큐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서, 직원이 '바베큐는 우리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고 주문하시면 바로 이 곳에서 구워서 내 갑니다.' 하고 소개해 준다. 바베큐 파트에만 돌아다니는 요리사가 네 명은 되어 보인다.


내부 인테리어는 '과하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의 고급 중식당' 정도로 표현하면 어떨까 싶다. 중국의 미감은 우리 기준으로 보기에는 과하다 싶을 만큼 화려한데, 그랜드 리스보아의 디 에잇은 이런 미감을 유감없이 발휘한 느낌이었다면, 제이드 드래곤은 우리 눈으로 보기에는 충분히 중국식으로 화려하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라거나 과하다 싶은 정도는 아니었다.


자리에 앉으니, 웰컴 드링크와 함께 먼저 어떤 차를 마실 것인지 묻는다. 찻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고 방문했다면 당황스러울 만큼 찻값은 비싼 편이다. 딤섬 한 접시와 가격이 비슷하거나 더 비싸다고 보면 되는데, 우리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인당 10,000원에서 20,000원 정도의 차를 각각 주문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다만 이 차는 주전자에 담아 내 오든, 작은 다완에 내 오든 계속 리필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까 와인을 곁들이는 것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편이기는 하다. 사실 유럽 레스토랑에서는 물도 병 단위로 값을 받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렇게 계속 채워 주는 차가 제일 저렴한 편이다.


Gold Osmanthus tea와 Fuding silver needles, 꽃차와 백차를 하나씩 주문했다. 차는 이런 티 포트에 가져다 주는데, 절반 이상 포트가 비어 보이면 가져가서 다시 채워 온다. (티 포트는 중국식이라기보다는 현대적인 레스토랑에 어울린다.) 아마도 찻잎을 계속 우리고 있으면 떫은 맛 같은 잡맛이 우러나오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 같다. 다른 곳에서 녹차를 마신 적이 있는데, 녹차의 경우 찻잎을 다완에 가지고 와서 직접 우려 주긴 했지만, 한 잔 나올 만큼만 물을 붓고 우린 다음 바로 잔에 따라 주는 식으로 떫은 맛이 나지 않도록 했었다.     

웰컴 디쉬. 중식의 전통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일반적인 고급 식당의 스타일이 프렌치 스타일로 맞추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영향이 아닐까 싶다. 사실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가볍게 입맛을 돋우는 것은 그 자체로 식사에 도움이 된다. 다만 대단히 창의적인 스타일로 요리를 내 오는 경우가 있는 반면, 말 그대로 가벼운 한 입 거리를 내 오는 경우도 있는데 제이드 드래곤의 웰컴 디쉬는 후자에 해당한다.


제이드 드래곤에서는 총 세 가지의 딤섬과 세 가지 요리, 식사 하나와 디저트를 주문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중식은 하나의 요리를 주문하면 1인분이 아니라 여러 명이 같이 먹을 수 있도록 넉넉하게 양이 나온다. 그래서 주문할 때 이게 적당한 양인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데, 담당 서버에게 혹시 너무 많이 주문한 것이 아니냐고 물어보는 것이 좋다. 적당하게 양을 조절해 준다.



세 가지 딤섬은 각각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Steamed dried shrimp, 시그니처라는 Jade dragon dumpling, Baked crabmeat puff. 덤플링을 제외하고는 3개씩 나오는 메뉴인데, 2개씩 나오는 것으로 가격과 양을 모두 조절해 주었다.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작은 배려 하나하나가 식사의 만족도를 높여 주는 것 같다. Jade dragon dumpling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말린 해산물 등을 아낌없이 넣은 맛이고, Baked crabmeat puff는 게살에 약간의 카레 맛을 첨가했다. Steamed dried shrimp는 눈에 보이는 그 맛.


 홍콩과 마카오를 일주일간 여행하면서 여러 곳에서 딤섬을 먹었는데, 확실히 한국에서 먹은 것 보다는 전반적으로 더 맛있다. (비슷한 맛이라면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특히 해산물, 새우의 식감을 잘 살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사실 새우의 신선함도 있겠지만, 피를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피가 입 안에서 거슬린다는 느낌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새우의 식감을 가감없이 느낄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한편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 맛을 내는 식당들의 경우에는 다 맛있기는 한데 여기가 압도적으로 맛있다 라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언젠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딤섬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홍콩 현지인이 '어딜 가든 다 맛있다' 라고 이야기했는데, 단순한 인사치레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기억에 남는 것은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모양이 예쁜 딤섬이 기억에 남는다. 각각의 식당들이 정말 심혈을 기울여 딤섬의 모양 내기에 집중하는 것이 그런 이유도 분명 존재하지 않을까.     



가장 기대했던 요리가 나왔다. 소프트 쉘 크랩. 이건 정말 맛있었다. 탈피를 막 마쳐 껍질이 단단해지지 않은 게를 바로 잡아, 사천 후추와 매운 고추를 사용해서 같이 볶듯 튀겨낸 메뉴인데, 탈피를 막 마쳤으니 껍질이 아예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다. 우리나라에서도 보통 푸팟퐁커리 같은 것에 이 게가 같이 나오는데, 작은 게라서 껍질을 씹어 먹을 수 있다는 느낌이라면, 제이드 드래곤의 소프트 쉘 크랩은 게 형태를 유지한 채로 껍질을 모두 제거한 것과 같은 느낌이 난다. 그래서 튀김옷도 바삭하기보다는 폭신하다는 느낌에 가깝다. 입 안에서 전혀 거슬리는 것이 없이, 껍질이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 많은 분들이 게 껍질이 없다면 얼마나 편하게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으리라 생각한다. 소프트 쉘 크랩은 그 생각을 정말 완벽하게 충족시켜 준다. 게 껍질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일본 헤이세이 천황이 1992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측은 최고의 식재료로 손꼽히는 따자셰, 민물게를 준비했다고 한다. 일본 측에서는 천황이 게를 들고 먹는 것은 체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반대했는데,  게를 들고 먹다가 국물이라도 옷에 흘리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요리사들은 게 살을 싹 발라내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이 소프트 쉘 크랩이라면 그런 문제 없이 게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잠깐 해 본다.




다음 메뉴는 제이드 드래곤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하는 이베리코 차슈. 제이드 드래곤은 리치 나무를 사용하여 바베큐를 굽는다고 하는데, 입구에 위치해 있던 화덕이 그것이다. 총 다섯 가지의 바베큐 메뉴가 있는데,  치킨을 제외한 애저, 거위, 이베리코 차슈와 스페어립 모두 추천 메뉴로 올려 놓았다. 특히 애저와 차슈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차슈를 주문했다. 차슈를 주문하자 자신들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한번 더 강조를 한다. 이베리코 돼지의 목심을 사용한다고 한다. 중국에서 돼지고기는 좋게 말하면 가장 서민적인 요리, 노골적으로 말하면 가장 값싼 고기라 고급 재료로 대접받지는 못하는 편이다. 그런 돼지 목심을 자신들의 시그니처 요리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은 그 조리와 맛에 대한 자신감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총 여덟 점의 고기가 나왔는데, 나오면서 특유의 단짠단짠한 향이 코를 강타한다. 지글지글 구운 고기의 향은 사실 그냥 맡아도 좋은데, 꿀과 간장양념을 발라 구웠으니 그 향이 절로 식욕을 자극한다. 고기는 메뉴판에 Juicy and classic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만큼 대단히 촉촉하다. 바베큐를 해서 기름기가 빠졌는데도 충분한 육즙을 머금고 있다. 고기는 굉장히 쫄깃하다는 느낌인데(결코 질기지 않다.), 한번 씹을 때마다 그야말로 육즙이 입 안에 뿜어져 나온다. 복합적이라기보다는 씹는 순간 알아챌 수 있는 직관적인 맛이다. 게다가 단짠단짠한 양념까지. 정말 입맛에 딱 맞는 맛이다. 개인적으로 이 요리를 위해 다시 마카오를 찾을 용의가 있다.



다음 요리는 Seasonal vegitable with deep fried garoupa in fish broth. 번역하면 계절 야채와 튀긴 농어를 생선 육수와 함께 냈다는 의미다. 우리는 중국 요리에 대해 튀긴 요리라는 인식을 많이 갖지만, 튀긴 요리 외에도 다양한 요리가 존재한다. 헷갈리기 좋게 적혀 있는 것이 보통 Stir-fried와 Deep-fried 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많은 기름에 잠기듯 하게 튀겨낸 것은 deep-fried라고 쓴다. stir-fried는 볶음 쪽에 가깝다. 위에 올라온 농어 튀김을 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튀김의 모습.     


이 요리는 위에 올라간 베리의 맛이 포인트를 주어 완성하는데, 생선 육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감칠맛 가득한 진한 맛의 육수다. 중식에서 채소 볶음을 주문하면 이렇게 육수로 맛을 더해서 주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이 요리는 아예 넉넉하게 육수를 부어 나왔다. 채소는 전형적인 중식 스타일로 빠르게 고온으로 볶아 냈다. 이런 조리 방법은 재료의 향과 맛이 날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위의 제철 야채는 콩의 묘목, 피 스프라우트라고 한다. 윗 부분 베리는 말린 것인데, 말린 과일 특유의 새콤한 맛이 이 요리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 올려 준다. 전체적인 맛은 사실 생선 수프의 깊은 감칠맛인데, 신맛을 더해 주어 맛을 중층적으로 만든다.     



다음은 식사. 볶음밥을 주문했다.

홍콩이나 마카오의 중식당에서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이 식사 메뉴가 몇 명이 먹기에 적합한지 알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식당이야 당연히 볶음밥이면 1인분이지만, 홍콩이나 마카오에서는 메뉴에 'per person' 등의 표기가 없는 음식은 식사류라 해도 1인분이 아니었다. 제이드 드래곤의 볶음밥도 이런 표시가 없어, 혹시 1인분만 해 줄 수 있는지 따로 물었다. 다행히 가능하다고 해서 1인분만 주문하기로 했다.



제이드 드래곤의 볶음밥은 시그니처라는 설명 답게 들어가 있는 재료도 호화로웠다. 상대적으로 고기보다 비싸게 치는 해산물이 가득 들어가 있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감칠맛을 극대화하기 위함인지 쌀알 크기의 말린 생선(멸치가 아닐까?)과 작은 새우가 꽤 많이 들어가 있었다는 점이다. 볶음밥에 이런 재료를 넣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주 흥미로웠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왠만한 중식당에 가면 가장 비싼 볶음밥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XO 볶음밥인데, XO 소스 자체가 말린 해산물로 만든 것이니까 같은 결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밥은 아주 맛있었다. 다만 이것이 내가 이번 여행에서 먹었던 최고의 '볶음밥' 이냐 하면 그것은 약간 다른 문제일 것이다. 홍콩의 1스타 레스토랑인 '얏퉁힌' 에 대한 글에서 적었던 것처럼, 이 볶음밥은 볶음밥으로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었을 만 한 재료를 가득 넣었고, 양을 조절하기 위해 밥, 쌀의 양은 생각보다는 적어졌다. 그래서 '볶음밥' 보다는 요리 쪽에 가까운 느낌이 아니었나 싶다.


배가 너무 불러 후식은 하나만 주문해서 나눠 먹기로 했다. (볶음밥을 2인분이 아닌 1인분만 주문한 것도 사실 배가 너무 불렀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중식 디저트인 행인차를 주문했는데, 따뜻하게 식사를 마무리하기에 좋았다. 아몬드 특유의 미묘한 냄새 때문에 입에 잘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 거슬림을 느끼지 못했다.


그 이후에는 작은 한입용 디저트들. 아이스크림과 생강 젤리, 초콜릿 등으로 식사가 마무리되었다.

 





이번 홍콩 / 마카오 미식 여행에서는 총 다섯 곳, 두 곳의 미슐랭 1스타와 세 곳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방문했다. 사실, 유럽 여행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홍콩과 마카오는 중식의 특성상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이라고 해도 가격대를 조절해서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섯 곳을 방문할 수 있었다. 다섯 곳 모두 중식이었으니, 이틀에 한 번 꼴로 중식을 즐긴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중식과는 다른 면이 많이 있었다. 이는 한국 중식이 산동 지역의 음식을 기반으로 하여 독창적인 스타일을 창조해 냈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이 중식의 특징이라고 한다. 중식은 화교와 함께 전 세계로 퍼져 나갔는데, 각각의 국가에서 영향을 받아 현지화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국의 중식당에는 우리가 중식의 대명사로 여기는 '짜장면', 미국의 중식당에는 '촙수이', 일본의 중식당에는 중화소바에서 출발한 '라멘' 등 그 나라 사람들의 입맛과 재료에 맞춰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먹는 중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 홍콩 / 마카오 여행에서도 중식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 기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 되었다. 음식은 어쩌면 기대 이상으로 내 입맛에 더 맞았다. 대신, 의외로 한국의 중식에서 기대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음식들을 주로 먹게 되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중식당에서 게를 먹는다면 게살 스프가 먼저 떠오르는데, 제이드 드래곤의 소프트 쉘 크랩은 한국에서 그냥 접했다면 중식이라고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차슈는 확신이 서지 않지만, 일반적인 중식으로 연결짓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쩌면 한식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유럽의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 익숙하지 않은 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식사다 보니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음식이 나와 경험을 넓혀 준다는 느낌이라면, 이번 여행에서의 식사는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의 독창성과 다양성' 이라고 표현해 보면 어떨까 싶다.



색다른 느낌은 조금 덜하지만, 오히려 이해의 폭은 더욱 넓게 다가오는 것 같다. 예를 들어보자면, 난해한 현대미술의 경우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이 마주하면, 평소에 전혀 접하지 않던 낯선 것에서 오는 자극이라는 측면에서의 경험은 달성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 이게 뭔가? 하는 생각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같은 현대미술도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낯선 것이라는 느낌은 덜하겠으나 대신 이해의 폭이 보다 깊어지지 않을까. 홍콩과 마카오의 중식은 낯설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들을 하나씩 꼽아 보자면, 침사추이 예 상하이의 말린 전복, 조던 역 인근 얏퉁힌의 양주볶음밥, 역시 침사추이에 위치한 탕 코트의 크리스피 치킨, 디 에잇의 예술적인 딤섬과 제이드 드래곤의 소프트 쉘 크랩과 차슈 등등. 모두 생전 처음 보는 재료나 유형의 음식들이라고까지는 하기 어렵다. 대신 큰 틀은 비슷하더라도 하나하나 차이점이 있어, 그 차이점들이 모여 새로운 음식으로 느껴지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긴장하여 '이 음식의 맛을 남김없이 보겠다' 하는 마음보다는 더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여담으로 하나 에피소드를 남겨 본다.

이 접시는 앞서 차슈를 내올 때 사용했던 받침이다. 바베큐 화덕 앞에 잔뜩 준비되어 있다. 식사를 마치고 원하는 입구까지 바래다 주기 위해 우리를 인도하던 직원이 이 앞에서 잠시 우리를 멈춰 세운다. 그리고 나서 이 나무가 혹시 얼마나 되었을 것 같은지 물어본다. 백년? 이백년? 정도를 제시하자 웃으며 접시를 뒤집어 보여 주었는데,


40,000년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40,000년 된 나무를 자르지는 않았을 것이고, 이 카우리 나무라는 종이 고대부터 살아온 나무의 종류라고 한다. 바베큐 요리를 담는 접시 하나까지도 최고급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 식당이 바베큐 요리에 들이는 공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음과 동시에, 오래 된 것으로 대접하는 것을 대단히 귀하게 여긴다는 중국 사람들의 인식 (그래서 중국에서는 오래 되어 이가 빠진 그릇도 그대로 쓴다고 한다. 그만큼 오래 되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을 다시 한번 떠오르게 하는 것 같았다.

이전 12화 마카오의 아침은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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