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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의 이유

'나의 홍콩 마카오 미식 여행기'의 여담으로

by Kirby

나의 홍콩 마카오 미식 여행기는 이제 두 편 정도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블로그에 여행기와 미식 탐방(?)을 쓰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글의 내용이 길고 많아서 블로그보다는 브런치가 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추천을 받았습니다.


사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는, 좀 더 트렌디한 느낌으로, 좀 더 가볍게 읽힐 수 있게 글을 써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브런치는 그것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글을 쓰면서 생각했던 것 보다 조회수도 꽤 많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다음 메인 화면들 중 어딘가에 가끔씩 노출이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글을 쓰는 것은 첫째로 제 자신을 위해서이지만, 이왕이면 다른 분들이 많이 읽어 주시면 기분이 좋게 마련인데, 제 기대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 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5년 전 첫 해외여행을 떠났던 직장인 치고는 여기저기 제법 다녀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 시절에 해외여행을 다녔다면 지금보다는 경제적으로 어려웠겠지만, 한편으로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첫 여행지였던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 오스트리아, 체코, 터키, 대만에 이어 이번에는 홍콩과 마카오를 방문했습니다.

KakaoTalk_20230731_212632614_27.jpg 프라하의 야경

제법 시간이 지난 여행들이지만, 이렇게 글을 쓰며 여행을 돌아보면 여행을 한번 다녀올 때마다 한뼘씩 달라져 있는(성장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달라졌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파리에서 루브르와 오르세, 퐁피두 등을 돌며 나름 서양 미술사에 대해 느낌을 가지게 된 다음 방문했던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과, 잘 모를 때 방문했던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은 여러 모로 차이가 있더군요.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비슷합니다. 제 첫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은 얼결에 방문했던 종로의 사찰음식 전문점, 발우공양이었습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인줄도 모르고 저녁 먹으러 예약 없이, 요즘 표현이라면 워크인으로 방문했었죠.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들을 두 곳 방문했었습니다. 사실 그 때는 음식에 대해서도 맛있다, 이건 처음 먹어보는데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에 큰 기억이 없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KakaoTalk_20220809_153119608_14.jpg 파리 피에르 가니에르에서의 저녁 식사

그리고 파리 여행에서, 제 버킷 리스트라고 해야 할까요. 인생의 목표(?) 중 하나였던 프렌치 만찬을 즐겨보기 위해 파리에서 두 곳의 3스타 레스토랑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음식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겨, 여러 셰프들의 자서전이나 요리책들을 보며 아 이 요리에는 이런 일화가 있구나, 혹은 이 음식은 이런 재료를 쓰는구나 하고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번 '홍콩 마카오 미식 여행기' 는 어쩌면 이 파리 여행에서 출발한 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여행들은 제 인생의 시각을 좀 더 넓게 만들어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구 어딘가에는 내가 모르는 세상이 있고, 지금 직장에서의 어려운 일이 저 어떤 곳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구요. 옛 표현으로 견식이 넓어진다고 하는데, 저는 인생이 보다 풍요로워진다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제 인생 첫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이었던 '피에르 가니에르' 는 우리나라 롯데호텔에도 입점해 있는데, 셰프의 이름을 그대로 딴 레스토랑입니다. 가니에르 셰프는 하나의 코스에 한 두 가지의 음식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작은 음식들을 한꺼번에 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그는 식사를 풍요롭게 차려 내는 것을 중시한다고 하죠. 하나의 음식을 하나의 감각 또는 경험이라고 하면, 하나의 큰 경험보다는 작은 다양한 경험 내지 감각을 엮어 내어 보다 큰 만족감을 준다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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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이야기를 덧붙여 보기 위해 가져온 모네의 수련입니다. 오랑주리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실 모네의 수련은 연작으로 그려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모네의 수련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멋진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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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모네가 수련 연작을 그리기 위해 조성하고 거주했던 지베르니 정원입니다. 모네의 수련을 감상할 때, 지베르니 정원을 알고 있다면 조금은 더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감정의 복잡함이, 그 감정의 크기가 바로 인생의 풍요로움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행 또한 그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파리의 에펠탑과 개선문이, 프라하 성이 주는 멋진 경험과 감상은 그 자체로 여정을 떠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풍요롭게, 그리고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이런 여행길에서 만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멋진 골목들, 작은 가게에서 만난 한 잔의 커피와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한번 해 봅니다.



이런 저의 경험의 편린들을, 브런치에 하나씩 남겨 볼까 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읽는 분들 모두의 인생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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