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뎌, 버텨, 이겨내(지 마!)

민유월 ━ 말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by ㅎ과ㅇ

“생존 RPG: Be yourself”


환영합니다, 플레이어!

지금부터 던전 “Society”에 입장합니다.


▶ Mission : 예술가로 살아남기 ◀


“なんだって (* 뭐야 대체)。”


인생 2회차도 이건 쉽지 않겠는데. 혀를 깨물었다. 앗 따거, 꿈이 아니잖아?! 그 순간 주변 간판이 보였다. K 연기학원, 언제 등록했더라? - 귀신한테 홀렸나 –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정신을 차렸을 땐 3달 치 수강료 결제 완료 ☆ 충동 그 자체! 이건 전혀 나답지 않아.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너 그러다 후회한다.’, ‘그거 다 헛짓거리야.’ 그도 그럴 게, 그때의 나는 이십 대 중반의 프리랜서였다. (정확히는, 3.3%의 소득공제를 떼는 학원 강사.)


Quiz. 연기학원에 등록한 이유는?

① 나를 찾고 싶어서
② 배우가 되고 싶어서
③ 수업 진행방식을 바꿔보려고

Answer : ①


생각보다 연기학원 수강생 ≠ 연예인 지망생-이라는 공식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돈도 잘 벌면서 뭐하러 사서 고생이냐, 공부시켜놨더니 딴따라질이나 하겠단다.’ 꼭, 친하지도 않은 사이일수록 챙겨주는 척 비수를 꽂더라고. 백 번 아니라고 해도 소용없지. 그냥 욕할 구실이 필요한 타이밍에 – 하필이면 – 내가 눈에 띄었을 뿐이렷다. 어쩌겠어. 이 또한 슈퍼스타의 운명임을 받아들여야지. 까와 빠를 동시에 미치게 하려면, 이 정도 끼는 타고 나야 하나 봐★ 하-. 너무 잘나도 피곤하다, 진짜.





9 to 6? NO. 2 to 10? YES. 출근은 두 시, 퇴근은 열 시. 프리랜서의 장점은 ‘Free.’, 단점도 ‘Free.’ (언) 프리한 선생님은 무료(not free)했다. [ 플레이어 : 민유월 (만 24), 직업 : 프리랜서 (영어 강사), 성격 : 가만히 있지 못함. ] 그녀는 (어쩌다) 대표가 되었다. 입사 한 달 만에, 그것도 무려 前 대표의 스카우트. “자네 원장 해볼 생각 없나?”라는 말 한마디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 코가 꿰인 거지. - 무(모)한 도전 아니었냐고? 정확하다. HOWEVER, 그 나이엔 원래 무서운 게 없는 법. 그녀는 아이들만 보고 덥석 제안을 수락하고 만 것이다!


▶ Sub Quest “학원 생존 경영”

*Condition : 월 수익 6개월 이상 유지하기
*Reward : 수익, 경력 LV.10 & 책임감 Lv.30


Mission Complete!

예상외로 경영은 할 만했다. 학원은 어디까지나 수업이 메인이고, 상담은 서브니까. 원생 이탈 방어? Clear. 새로운 선생님 고용? Clear. 심지어 3개월 차에는 원생이 더 늘었다. (수익 안정화도 Clear)

물 – 론, 틈틈이 아파트에 전단지도 돌리고 블로그 홍보 글도 열심히 썼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선생님의 능력이니까!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모든 게 탄탄대로– 일리가 없었다.


▶ Main Quest Open “진짜 나를 찾아라”


GG (* ㄱㄱ), 뭔 놈의 게임이 쉴 틈을 안 줘. 그녀는 (부끄러워서) 불만을 토로했다. 학생, 학부모, 강사들의 성향과 니즈를 맞추다 보니 진짜 내가 사라졌다고 느끼고 있긴 했습니다만. 그걸 적나라하게 시스템 창으로 알려줄 일이야?! 나는 뭐 프라이버시도 없냐? - 없습니다. 선생님은 마을의 연예인이거든요. Like 스타 in 동물의 숲 – 젠장.

※ Warning: 욕설 감지. 패널티가 부여됩니다.

※ 어쩐지, 블로그 조회 수가 줄었다더라니!




일 잘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 비명을 질러봐도 이미 늦었지롱 � (얄미워! but 팩트지) 네, 제가 원장인데요. 아뇨, 차린 건 아니고요. 그게 그러니까 - . 남들한테 나를 소개할 때면 한참 진땀을 빼야 했다. 과외 – 파트 강사 – 전임 강사의 루트를 밟긴 했지만, 이직한 지 한 달 만에 승진 제안을 받을 줄은 몰랐거든. (애초에 그걸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원장님의 임신으로, 인수인계랄 것 없이 그녀는 모든 반 수업을 맡고 있긴 했었다. 이십 대의 패기로,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제안을 덥석 문 (불쌍한) 사회초년생.

But 다시 돌아간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거다. - 바로 그 점이 미련함의 완성이겠지만 -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꼬마 원장은 왜 연기학원에 등록했을까? 그것도 ‘자아’를 찾기 위해서. 과연 그녀에게 부족했던 게 뭐였을까. 수익, 명성, 행복 중에 고르자면 – 404 Not Found (ERROR). 에라이, 공개를 안 하면 어쩌라고. 선수 보호차원이야 뭐야. 하긴, 세 개 다 적당히 있었던 것 같기도.


그녀의 유일한 문제는 인간관계였다. 정확히는 ‘사람을 다루는 스킬’. 제대로 된 사회생활이랄 것 없이 갑.자.기. 최고상사 자리에 앉게 되면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For example, 회사로 치면 사원이 부장보다 나이가 많다거나 하는. 그런 사소한 이슈들. 그때 발생하는 문제는 – 주객전도였다. 물론, 그들에게 끌려다니진 않았지만. 꼬마 원장의 깡따구는 상당히 앙증맞았다. (망할) 유교 사회에서 나이와 경력이 주는 압박을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강약약이 되어야 하거늘, 삐약삐약거렸으니 누가 그런 상사한테 제대로 군기가 잡혔겠냐고!


그치만 (그때의) 전 최선을 다했어요…. 학생들 돌봐, 학부모님들 통화해, 강사들 눈치 챙겨. 하루가 36시간이어도 부족했을 거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민수는 콜라를 좋아해. 선주는 파프리카를 못 먹어. 준영이는 주목받는 걸 싫어해. 승연쌤은 아메리카노만 마시지. 지혜쌤은 말차 라떼, 민혜쌤은 아이스 밀크티. 잠깐,


‘나는 뭘 좋아하더라?’


완벽한 에러였다. 결국 인정해야만 했다. 로그오프를 할 타이밍이었다. 영영 떠나는 건 아니고, 아주 잠깐. 단 몇 시간이라도. 괜찮다는 최면으로 버틸수록 꼬마 원장은 반짝거리는 (말라비틀어지는) 중이었다. 그 순간, 화면이 깜빡였다. ▶ Warning : 정체성 게이지 20% ◀ 벌써 버그가 생기다니. 이건 치명타야!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사회라는) 던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대로는 안 돼. 해결책은? 자유 나에게 솔직해지기. 뭔데, 그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그러니까, 꼬마 원장에게는 쉴 명분이 필요했다. 마음대로 웃고, 울고, 화내고, 떠들 수 있는 그럴듯한 핑계. 그녀는 고민 끝에 ‘연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왜냐고? 그것만큼 모든 감정에 솔직해도 되는 장르가 없으니까. 뭘 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 그길로 연기학원에 간 거지. 9 to 1, 빈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연기는 ‘나’에서 시작되는 거야.”



첫 멘트와 함께 시작된 수업은 끝내줬다. (뭐를? 나의 체력을) 몸으로 말해요, 동물 흉내 내기, 대사 읽고 다르게 표현하기. 꼬마 원장은 심장이 뛰었다. - 설레었다는 뜻이다. - 그러다 문득 스스로 몸을 잘 쓴다는 걸 깨달았다. 어떻게? 복싱선수를 따라 하면서. 글을 빨리 쓴다는 것도 눈치챘다. 뭐 하다가? 독백 자유 대사를 쓰다가. 통찰력도 좋던데. 왜? 연습하는 친구들에게 정확한 피드백을 주더라고.

꼬마 원장은 아침이 기다려졌다. - 아, 나도 『어린 왕자』의 여우처럼 길들여진 건가? - 오늘은 어떤 I (Identity) 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 연기를 하다 보면 매일 새로운 자아가 튀어나왔다. But 여전히,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 연기를 할 때? 즐거웠다. 그렇다고 배우가 되고 싶은 건 아니었다. Never. 스크린이나 무대에 설 생각은 없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매체 연기 반의 목표는 오디션. 학생들은 간절했고, 그녀는 유일한 예외였다.

배운 스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에쭈드(etúde), 즉흥연기. 가이드라인? NO. 예상 답변? Can’t Imagine. 잘하면 성공, 못하면 실패 – 보다는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이었다. 강박에서 벗어나는 몇 안 되는 순간. 남의 인생을 (대신) 살수록 점점 나다워졌다. - 그것이 인생? - 꼬마 원장은 생기를 되찾았다! BUT 방심은 근물.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 Next Quest : 돈 vs 행복, 하나만 고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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