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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

by 가을에 선 봄


다신 안 보리라 작심한 날

떠난 나뭇잎 심란하게 쏟아진다

올이 나간 방충망처럼


군데군데 해진 잎의 실핏줄

피멍 든 듯 검붉은 얼굴들이

보도블록을 덮는다


누군가의 운동화에, 어떤 이의 하이힐에

밟혀 또 찢긴다 부스럭, 저들에겐

이미 온 겨울에도 가을의 멜랑꼴리


봄을 보자 첫눈에 입을 귀에 걸던 목련은

봄비 몇 가닥에도 흩날려 영영 작별할 줄은

몰랐다 초봄에도 하방(下方)하는 가을의 이별


한가닥 두 가닥 세 가닥 하더니 후드득

싸라기눈 떨어진다 이 밤 낙엽들의 정수리 위로

죽어서도 축복받지 못하는 이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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