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대한 단상(斷想)

김혼비의 <아무튼, 술>을 읽다

by Justin

살다보면 술에 대한 에피소드를 많이 겪고 듣게 된다. 때로는 기분이 좋아서 때로는 좋지 않은 기분 전환으로 우리는 술을 대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풍부한 자원을 이용하여 술을 직접 만들어서 먹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풍요를 기원하고 즐김의 의미에서 고대에서부터 현재까지 술은 항상 우리 곁을 지켜왔다. 거창하게 말하면, 술은 인류의 이야기 역사 중 많은 부분을 만들어냈다 해도 과언은 아닐듯 하다.


지금도 술을 모티브로 한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스토리 전개의 단골 소재임은 물론이고 술 때문에 생긴 남녀의 역사는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우리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든다. 가끔은 웃음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술 한잔에 담긴 사연을 듣고 가슴이 미어지는 경우도 경험하는 것은 술이 주는 매력이다.


술로 빚어낸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


최근 아주 재미있는 책 하나를 발견했다. 김혼비라는 여성작가의 술에 대한 이야기인데, 술을 너무 좋아한다는 커밍아웃은 물론이고 술로 인해 벌어진, 어쩌면 감추고 싶은 이야기들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솔직담백 경험담집이라고 할 수 있다.


술을 먹고 탄 지하철에서 충정로를 충청도로 잘못듣고 허겁지겁 내린 일은 기본이고, 술만 먹으면 두 손에 무언가 사서 들고 집에 들어가는 주사, 부셔먹는 라면과자를 끓여서 대접한 주사, 대학입시를 앞둔 고교생들의 특권 아닌 특권인 100일주 사건, 노래방 리모콘 탈취 사건과 택시 안에서 운전하고 있다고 착각해 벌어진 헤프닝 등, 작가는 술로 인해 벌어진 많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때로는 성희롱 상사에게 시원한 뒷담화 욕 한사발을 선사한 후에 술 한잔으로 달래는 애틋함과 어쩌다 집까지 찾아간 술친구와의 인연을 만든 설레임, 여자이기 때문에 가져야만 하는 대낮 혼술의 부담을 떨치고 부캐를 들고 당당히 냉채족발에 소주 한 병 반을 거뜬히 해치운 통쾌함은 단순히 몸개그성 스토리 모음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좀 더 생각하게 그리고 풍성하게 만든다. 거기에 와인과 위스키 폭탄주의 무서움이나 소주 첫 잔에서 나오는 오르골 소리를 계속 듣는 방법 등, 술꾼으로서 던져주는 '술상식'은 독자에게 또 하나의 알쓸신잡식 즐거움을 선사하는 포인트이다.


술을 매개로 한 과거로의 타임머신 여행


책을 읽는 내내, 나의 10대에서 40대까지 함께했던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되돌아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였다. 누구나 겪었던 100일주 사건과 자신의 주량을 모른 상태에서 무조건 먹어댔던 10대의 추억, 대학시절 시위를 마치고 학교 뒷골목 선술집에서 파전에 막걸리을 앞에 두고 목이 찢어져라 민중가요를 불러댔던 20대의 아픔과 좌절, 직장 생활에 적응하며 1차, 2차, 3차도 서슴없이 해냈던 체력전의 30대, 그리고 과거의 호기로움 보다는 이야기가 좋고, 사람이 좋고, 분위기가 좋아 술 보다는 술자리를 즐기고 때로는 여행지 혼술의 맛을 알게된 40대 까지...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겪었던 많은 이야기 거리들에서 나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아마 한 사람만의 생각은 아닐 듯 하다. 어쩌면 술로 역사가 만들어지고 우리의 인생이 사람답게 굴러가고 있는 건 아닌지... 술에 대한 단상은 인생을 되돌아 보게 만드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물론 모든 것이 너무 과하면 탈이 난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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