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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Aug 09. 2021

책임과 용기 그리고 진정한 자유를 찾아가는기차여행기

언젠가 가보게 될 그곳의 사전답사기, 최범석의 <내추럴 트래블러>

책임을 버리고 떠나는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자유에서 오는 외로움을 혼자 이겨낼 수 없는 자유는 자신에게 무책임한 자유다.

어김없이 눈이 꽂혀 우연히 사게 된 이 책은 뭐랄까, 여행에세이 중에서도 상당히 넓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파리에서 인천까지 기차를 타고 여행한다는 신선함도 좋지만, 어떤 지방, 어떤 장소, 어떤 사람, 어떤 사물에 대한 소개는 저자가 지닌 사고의 틀을 보여주는데 저마다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공부를 했고 여행과 직업을 통해 경험한 것이 많은 작가의 특성이 녹아나가도 하지만, 대상을 두고 생각할 수 있는 사고의 깊이와 넓이를 보면 저가가 단순히 책 하나를 위해 글을 썼다는 인상을 느낄 수는 없다. 


파리,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바르샤바, 리투아니아 빌니우스, 핀란드, 에투아니아 탈린, 헬싱키, 샹트페테스부르크, 모스크바, 시베라아, 울란바토르, 베이징 그리고 인천..나열하기 조차 힘든 각국의 도시를 기차로 여행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나는 자신의 일에서 떠나는 것에 대한 책임이고, 다른 하나는 혼자서 여행을 떠나는 외로움에 대한 극복의 용기다. 


책 속에는 '자유'라는 말이 수없이 등장한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자유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계속적으로 찾는 과정이라고 해야 할까? 여행이라는 것은 항상 그렇듯이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을 만들어 주고, 자신의 길을 되돌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여행을 마치는 순간의 여행자 자신은 가을의 황금 곡식 마냥 마음은 희열과 감동으로 꽉차고 감격스러웠을 것이 분명하다. 진정한 자유를 찾은 자의 벅참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듯 하다. 그런 과정을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며 겪는다는 것은 맑은 물에 몸을 담그며 느끼는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기도 하겠다.

 

예전에 가끔씩 유럽여행이니 배낭여행을 떠나고자 준비하는 사람들을 보곤 했다. 그럴때마다 나의 감정이 이입되어 나도 어디론가 떠나는 자유를 느끼고 싶다는 충동을 들기도 했으며 그런 시간이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기에, 여행자들에게 무엇을 위해 어디로 떠나는지 궁금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파리의 에펠탑을 보려고, 영국의 템즈강을 보려고 그 먼 길을 떠나는 것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어쩌다 여행이 환상이 된 지금, 훗날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정말 오늘은 나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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