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그 곳에 가볼 수 있을까?

옛날을 추억하는 그림, 김영하의 <여행자 도쿄>

by Justin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린다. 코로나로 촉발된 올림픽 연기와 도쿄를 비롯한 일본의 재유행, 후쿠시마 오염사건까지.. 시작부터 삐걱되던 올림픽이 이제 마무리되는 시점에 와있다. 과거 우리나라와의 역사적 악연은 아직까지 그 매듭을 짓지 못한채 아쉬운 시간만을 허비하고 있으며 독도 문제와 무역문제까지 겹쳐 일본과의 뒤틀린 인연은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할 듯 하다.


올림픽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온갖 정치적 술수가 범벅된 인류의 스포츠 축제에 대해 무어라 평하는 것은 의도가 어찌되었든 간에 정치적 편가르기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안전하게, 큰 탈 없이 마칠 수 있고, 혹시나 전 세계적 대유행의 재점화지가 도쿄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는 온전히 정치적 의미에서의 도쿄가 아니라 이전에 경험했던 이질적인 문화와 색다른 일상을 경험했던 추억을 다시 떠올리며, '다시 가볼 수 있을까?' 하는 추억어린 시선으로 도쿄를 바라보고 싶다. 김영하의 <여행자 도쿄>를 읽으면서 말이다.


두 세 번의 도쿄 여행에서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참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이 첫 번째, 참 깨끗하다는 인상이 두 번째, 그리고 맥주맛이 세 번째다. 이 세 가지는 도쿄에 대한 여행이 나올때 마다 기억 하고 있으니 아마 죽을 때까지 세 가지 기억은 바뀌지 않을 듯 싶다. 학회나 세미나 때문에 들른 일정과 가족과의 여행에서 경험한 것이 도쿄의 전부가 아니고 '여행이란 선입견을 교정하는 일'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나, 어쩔 수 없이, 도쿄를 방문하면서 나의 선입견이 확고해 진것 만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정치적인 편견을 완전히 배제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입견이 도쿄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준 것은 아니다. 도쿄 한 복판에 자리잡은 황궁이며 신사속에서 느낀 고요함은 신사의 입구를 빠져나가면서 젊은이들의 해괴한 옷차림과 유행스런 멋으로 순식간에 탈바꿈하고, 작지만 아기자기한 건물들로 이루어진 골목에서 어김없이 휴지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음을 발견하고 불법 주차된 차 하나 없는 것을 느낄 때, 그것이 나쁜 이미지로만 다가올 수는 없을 뿐 아니라, 도쿄 사람들이 갖는 유쾌한 무관심이나 주어진 환경속에서 만족을 느끼는 조화로움을 나를 포함한 도쿄의 대부분의 여행자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무관심은 일본인 특유의 피해주지 않기 문화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여행자 도쿄>는 엄밀히 말하면 작가가 도쿄를 여행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형식을 그대로 따른 면이 많다. 여행지 소개보다는 여행의 느낌에 충실한 일반적인 의미의 여행 에세이와는 좀 다른 성질을 것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곳의 문화나 사람들의 일상도 소소하게 전달해 주지, 넓게 보면 여행에서 보내는 일상을 이야기 하고 싶은 욕구가 넘쳐남을 알 수 있다. 도쿄는 그러한 이야기 거리를 전개해 줄 소재로서 만족하게 만드는 그런 곳으로 간주될 뿐이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면서 기대심리가 한 껏 부풀어오르다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면 그 기대심리가 한 풀 꺾이듯이, 여행도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유지될 수 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다. 다만, 낯선 곳에서 맞는 일상이랄까?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디지털 보다는 감수성으로 무장한 아날로그적 감성에 기우는 것 같고, 그 매개체가 '롤라이 35'라는 카메라에 담겨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표현이든 상관없이, '여행이란 새로운 곳에서 나를 찾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 새로운 곳에도 일상이라는 것은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호기심은 마음을 여는 속도와 크기에 비례하여 친근함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을 것이다.


이전보다 더 멀어진듯한 마음의 거리와 물리적 거리의 도쿄를 이제 다시 언제 가볼지 모른다. 가봤다는 기억이 가보고 싶다는 욕구를 대체한다는 이유에서 일까? 읽는 것과 아는 것이 다르듯, 가본 것과 아는 것 역시 다를 것이다. 갑자기 롯폰기 주점과 도쿄 편의점에서 맛본 맥주가 먹고 싶어진다. 작가처럼 사진기 하나 달랑 들고 도쿄 한복판을 거닐 수 있을런지... 우리 그곳에 다시 가볼 수 있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