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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Aug 09. 2021

우리 다시 그 곳에 가볼 수 있을까?

옛날을 추억하는 그림, 김영하의 <여행자 도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린다. 코로나로 촉발된 올림픽 연기와 도쿄를 비롯한 일본의 재유행, 후쿠시마 오염사건까지.. 시작부터 삐걱되던 올림픽이 이제 마무리되는 시점에 와있다. 과거 우리나라와의 역사적 악연은 아직까지 그 매듭을 짓지 못한채 아쉬운 시간만을 허비하고 있으며 독도 문제와 무역문제까지 겹쳐 일본과의 뒤틀린 인연은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할 듯 하다.


올림픽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온갖 정치적 술수가 범벅된 인류의 스포츠 축제에 대해 무어라 평하는 것은 의도가 어찌되었든 간에 정치적 편가르기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안전하게, 큰 탈 없이 마칠 수 있고, 혹시나 전 세계적 대유행의 재점화지가 도쿄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는 온전히 정치적 의미에서의 도쿄가 아니라 이전에 경험했던 이질적인 문화와 색다른 일상을 경험했던 추억을 다시 떠올리며, '다시 가볼 수 있을까?' 하는 추억어린 시선으로 도쿄를 바라보고 싶다. 김영하의 <여행자 도쿄>를 읽으면서 말이다.


두 세 번의 도쿄 여행에서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참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이 첫 번째, 참 깨끗하다는 인상이 두 번째, 그리고 맥주맛이 세 번째다. 이 세 가지는 도쿄에 대한 여행이 나올때 마다 기억 하고 있으니 아마 죽을 때까지 세 가지 기억은 바뀌지 않을 듯 싶다. 학회나 세미나 때문에 들른 일정과 가족과의 여행에서 경험한 것이 도쿄의 전부가 아니고 '여행이란 선입견을 교정하는 일'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나, 어쩔 수 없이, 도쿄를 방문하면서 나의 선입견이 확고해 진것 만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정치적인 편견을 완전히 배제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입견이 도쿄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준 것은 아니다. 도쿄 한 복판에 자리잡은 황궁이며 신사속에서 느낀 고요함은 신사의 입구를 빠져나가면서 젊은이들의 해괴한 옷차림과 유행스런 멋으로 순식간에 탈바꿈하고, 작지만 아기자기한 건물들로 이루어진 골목에서 어김없이 휴지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음을 발견하고 불법 주차된 차 하나 없는 것을 느낄 때, 그것이 나쁜 이미지로만 다가올 수는 없을 뿐 아니라, 도쿄 사람들이 갖는 유쾌한 무관심이나 주어진 환경속에서 만족을 느끼는 조화로움을 나를 포함한 도쿄의 대부분의 여행자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무관심은 일본인 특유의 피해주지 않기 문화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여행자 도쿄>는 엄밀히 말하면 작가가 도쿄를 여행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형식을 그대로 따른 면이 많다. 여행지 소개보다는 여행의 느낌에 충실한 일반적인 의미의 여행 에세이와는 좀 다른 성질을 것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곳의 문화나 사람들의 일상도 소소하게 전달해 주지, 넓게 보면 여행에서 보내는 일상을 이야기 하고 싶은 욕구가 넘쳐남을 알 수 있다. 도쿄는 그러한 이야기 거리를 전개해 줄 소재로서 만족하게 만드는 그런 곳으로 간주될 뿐이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면서 기대심리가 한 껏 부풀어오르다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면 그 기대심리가 한 풀 꺾이듯이, 여행도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유지될 수 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다. 다만, 낯선 곳에서 맞는 일상이랄까?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디지털 보다는 감수성으로 무장한 아날로그적 감성에 기우는 것 같고, 그 매개체가 '롤라이 35'라는 카메라에 담겨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표현이든 상관없이, '여행이란 새로운 곳에서 나를 찾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 새로운 곳에도 일상이라는 것은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호기심은 마음을 여는 속도와 크기에 비례하여 친근함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을 것이다.


이전보다 더 멀어진듯한 마음의 거리와 물리적 거리의 도쿄를 이제 다시 언제 가볼지 모른다. 가봤다는 기억이 가보고 싶다는 욕구를 대체한다는 이유에서 일까? 읽는 것과 아는 것이 다르듯, 가본 것과 아는 것 역시 다를 것이다. 갑자기 롯폰기 주점과 도쿄 편의점에서 맛본 맥주가 먹고 싶어진다. 작가처럼 사진기 하나 달랑 들고 도쿄 한복판을 거닐 수 있을런지... 우리 그곳에 다시 가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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