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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Aug 09. 2021

거기도 결국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인상파 미국 여행기, 김동영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꺼야>

미국이라는 나라는 우리에게 무엇으로 남아 있을까?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지만 미국은 우리의 과거, 현재에 무시못할 힘을 발휘해 왔고 미래에도 그럴 가능성이 많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접하는 것은 뉴스에서 정치 경제면의 한 단면으로만 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미국은 '천공의 섬'과 같이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관념속에서만 존재하는 그런 국가로 인식하기 쉽다. 그저 우리랑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인종의 용광로'로서 다양한 문화가 섞이며 갈등으로 뒤섞인 이상한 국가로만 보았을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아시아 혐오 문제로 얼룩지고 가끔씩 뉴스에 등장하는 총기사건으로 신문을 도배하는 그런 나라로...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정치적 권력, 경제 파워에 의존하는 상위개념으로 보았을 때의 얘기다. 미국에도 우리와 같은 시민이 있고 작은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으며, 인간사의 희노애락이 있는 것을 우리는 가끔씩 잊어버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도 어짜피 지구촌의 한 부락주민으로서 일상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김동영이라는 작가는 나에게 '생선'이라는 필명으로 더 친근하다. 가끔씩 인터넷 세상에서 접하게 된 그의 이름은, 한순간 사라져 미국으로 도망간 사연에 관심을 가지게 하였고, 가끔씩 읽어버려 소비하는 여행에세이 목록에 넣어버렸다. 그리고 그가 경험한 것들과 느낌을 공유받기로 했다.


미국을 230일에 걸쳐 여행한다는 것이 그의 말처럼 인생 최고의 순간이자 영광일 수 있지만 어쩌면 최고의 낭비일수도 있다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우리가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단지 무너진 몸과 마음을 바로 세우러 갈 수도 있지만, 잘못하다가는 몸과 마음이 더 망가져 오기도 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여행 자체에 몰입하여 정말 중요한 나를 잃어버리고 움직임에 충실한 이동에 불과한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럴때 여행은 보금자리를 떠난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된다.


커버를 열면서 그리고 닫으면서의 내 느낌은 달랐다. 앞에서도 쓰여있지만 나 역시 미국이라는 환상에 젖어 있어 좀더 극적인 장면을 원하지 않았나 싶다. 웅장하고 모던하며 섹슈얼리티한 그런 것들. 하지만 작가는 철저하게 미국의 일상을 파고 들었고, 결국에는, 미국이라는 곳의 여행의 의미를 평범한 시선을 가지고 좀 더 인간적으로 해석하고 싶어한 것 같다. 결국 어떤 선입관을 가진 곳이던 간에, 그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는 아주 허무한 결말처럼.


모든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 자연을 보고 즐길 수도 있지만, 여행의 초점이 나로 모아진다면 결국 여행속에서의 답은 사람속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책의 제목에서 보이듯이, 너도 떠나보면 사람의 의미와 관계의 중요성을 알게 될꺼다. 음악과 함께 잔잔하게 읽기 좋은 책. 장거리 버스를 타고 차창에 스치면 보고 듣고 느낀대로 기록한 '인상파' 여행기라고 보면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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