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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Aug 09. 2021

그리운 그때의 자유충만 여행

일상과 감성 옅보기, 오영욱의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여행에세이를 좋아한다는 말은 사실, 핑계인 것 같지만, 휴가란 소중하지만 길게 갈 수 없다는 현실적 상황과 여행이란 심신의 휴식을 취하는 짧은 것으로만 알고 20년 이상 치이며 살면서 갖게된, 가고 싶어도 당장 갈 수 없는 마음 속 환상을 누군가의 글과 사진으로서 행하는 대리만족과 다름아님을 고백해야 할 것 같다. 여행에서 느끼는 자유로움과 다른 문화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간접 체험한다는 것은 직접 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머리속으로나마 자유롭게 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정말 먼 미래에 그것이 가능해졌을때 서슴없이 선택할지도 모르는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간과 시간의 울타리를 박차고 나왔을 때, 이제는 좀 더 여유롭게 생각하고 즐기는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과거 보다 더 지독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 살고 있고 이것이 또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린지도 모른다. 무조건적인 감성 충만 삶을 꿈꾸는 것은 단지 꿈일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항상 공자 마음을 가질 수 없는 것은 우리와 같은 필부의 한계다.


이 책 오영욱의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는 솔직히 내가 선택하기 보다는, 쉽게 종이책을 구하지 못하는 현재 환경에서 어쩌다 마주친 그런 책들 중의 하나이다. 여행에세이라는 장르와 함께, 전 세계가 난리도 아닌 상황에서 2005년 그곳에서 저자가 느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한 역설적 선택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집어 들었다.


평상시의 미국과 남미, 유럽은 그저 바쁘게 살아 온 우리로서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여유로운 삶과 사색하는 삶,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지 않는 대범함까지.. 그렇게 그들은 그속에서 수 천년의 문화를 쌓아왔고, 저자 역시 그 문화를 배우기 보다는 그 속에 들어가서 같이 생활하는 여유를 맛본다. 


한 마디로 여행객이라기 보다는 현지인이 되어 보는 것이다. 바쁘게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족하다. 그 순간 만큼은 거기 주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도 좋고, 밤새도록 술을 마셔도 좋고, 아마존에서 처럼 하루종일 배를 타도 좋고, 잠시의 휴식처럼 앓아 누우면서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을 느껴도 좋다. 작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어떤 생활이라 할 지라도 자연이 있고 사람이 있기에 여행은 여행다워진다. 여행이 일상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라 해도 무방하다. 다만 여행자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김영하가 말했듯이 돌아갈 곳이 있으면 된다.


에피소드 하나 없는 삶. 그것 조차도 에피소드가 되는 평범한 생활의 기술이 가능하니까... 그럼으로써 모든 것은 여행으로써 존재 가능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책을 덮으면서도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 남미를 다녀오고 미국을 찍고 남아프리카와 유럽의 곳곳에서 살았던 것 같은데... 시간적인 흐름도 모르겠고 정확히 무엇을 보았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책이다. 그저 부러우면 진다는 말과 함께 작가의 여유로움 여행 감성만이 흔적을 남길 뿐. 저자의 그림 스케치 실력을 보니, 가만히 앉아 풍경을, 사람을, 기분을 화폭에 옮기는 모습이 상상이 된다. 



이 책은 나름대로의 인생철학으로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책이다. 아무런 이벤트가 없어도 상관없는, 공간을 넘나들며 일상을 누려보는 그런 생활들. 그런데 저자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지금이 너무 슬프다.




현재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유럽과 미국, 남미의 안좋은 상황을 접하며, 과연 어떤 삶이 정말 좋은 삶인지를 가늠하기 힘들어 졌다. 안녕을 담보하는 시기에는 그들의 여유, 자유로움이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안녕을 담보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그들의 생활 방식은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은 남는다.


수 만년 동안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살아왔듯이, 하루 빨리 정상화가 되어 그들 만의 생활방식이 계속 유지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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