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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Aug 09. 2021

멋과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곳

일본여행의 추억이 담긴 곳, 임경선의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2020 됴쿄 올림의 나라. 일본에 대한 생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지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나 정치적, 경제적인 면에서 일본을 이야기 할 때와 그들의 문화, 생활방식, 여행지로서 일본을 이야기 할 때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의식구조나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치적이냐 문화적이냐의 문제로 구분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구분하는 것이 너무 편협한 것인지는 몰라도, 일본은 나에게 있어서도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게 하는 나라임은 분명하다.


과거 역사적인 문제나 정치적인 이슈에 있어서는, 나 역시 보통 한국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맹목적인 적대감 보다는 원인을 파악하고 현상을 관찰하며 나름대로의 판단기준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다르다고 할까? 나 역시 이 땅에 살고 배우고 성장한 사람으로서 색다른 가치관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오롯이 개인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일본은 내가 좋아하는 여행지로서, 조용히 무언가 사색하고 쉼을 선사받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베트남으로 넘어오기 전, 일본은 1년에 한 두 번 이상 방문할 정도로 친숙한 곳이기도 하다. 도쿄, 오사카, 나가사키, 후쿠오카, 삿포로, 오따루, 나고야 , 도야마 등등.. 일본에 대한 별다른 조사가 없어도 가보고 싶은 곳을 찾아 그냥 떠나는 식의 여행을 종종했고, 다녀온 뒤에는 다시 한 번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일본의 긍정적인 측면은 나와 잘 맞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긴 하다.


임경선의 <교토에 다녀왔습니다>를 선택한 이유는, 몇 년 전 가려고 준비했지만 아직까지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 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 일본다움이 어떤 것인지를 느낄 수 있는 곳, 그러면서도 현재의 일본과는 다른 일본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어렴풋한 기억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세미나나 업무를 제외하고 여행 때문에 일본을 갈 때마다 나는 공항 도착 하루만 대도시에 머물렀을 뿐,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항상 조용하고 아늑한 곳만을 찾아다닌 것 같다. 따뜻한 료칸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따뜻한 온천과 정갈한 가이세키 정식을 즐기고, 차가운 맥주 한 잔은 여행마다 함께 했으니까 말이다. 밤의 네온사이 불빛 속 bar 보다는 금방 어두워지는 산기슭 료칸의 어둑한 조명과 별빛 아래에서 차나 맥주 마시는 것을 더 좋아했으니 복잡한 도시보다는 한적한 곳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교토야 말로 내가 꼭 가봐야 할 곳이 아닌지.. 광고하지 않는 빈티지 샵이 다소곳이 자리잡고 일본이지만 서양의 커피문화가 뿌리내리면서도, 일본 전통을 이어나가는 장인들이 명맥이 이어져 내려 오고 있는 곳. 경제적 동물이라는 일본인과는 다르게 더 일본스럽지만 서로을 위한 공동체 생활과 멋스러움이 가능하며, 서로에게 예의와 신용으로써 일터를 지키며 '교토부심'으로 가득찬 교토인들이 살아가는 곳. 작가가 말해주는 교토는,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적 일본과는 다른 태초 상태의 일본의 모습이 아닐런지...


오랫만에 책을 읽으며 도시 하나를 모두 소개하는 여행 다큐멘터리를 찍은 것 같아 무엇인지 모를 즐거움이 생긴다. 책 속에서 소개하는 장소들이 작가가 찍은 작은 사진 하나하나와 오버랩 되어 한 장의 혹백사진으로 기억에 남았다. 서점에서 책을 읽고 가모강변을 산책하고 커피 한잔에 목을 축이고 전통이 서려있는 상점들을 기웃거린다. 밤이 되면 한적한 료칸 속 히노키탕에서 몸을 덥히며 정신을 시원하게 만들고, 출출할 때에는 과하지 않은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는 모습. 그러면서 교토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말은 건네보는 상상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오늘 난 내게 선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여행 장소를 발견할 것 같다. 멋과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곳. 바로 '교토'다. 교토의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아 사진첩에 올릴 수 있는 날이 오기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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