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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 Dec 23. 2019

무심코 넘겨버린 전단지,
마트에서는 이렇게나 소중해요.

전단지, 마트의 중심이라고?

나는 서울에서 혼자 산다. 혼족들에겐 마트보단 슈퍼, 슈퍼보단 편의점이 익숙하다. 대형마트는 부모님이 장 본다고 할 때, 내 간식거리 좀 더 얻으려 몇 번 따라갔던 정도. 아니면 대학 엠티 가기 전 친구들과 고기와 술을 대량으로 살 때 가는 곳이었다. 마트 전단지? 나에게 전혀 흥미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과일이 세일하는지, 어떤 고기가 행사인지 알게 뭐람. 편하게 집 앞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나 과자를 사 먹는 게 좋았다. 마트에 매일 출근하는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를 잊었다. 누구보다 전단지를 애정 하며, 유심히 보고 살피고 있다. 그만큼 전단지는 마트 영업에서 정말 중요한 존재다.


전단지, 마트에서 이번 주에 팔고 싶은 상품을 보기 좋게 꾸며놓은 종이다. 보통 2주에 한번 큰 전단이 나가고, 중간에 간주 전단이라 해서 작은 전단이 나간다. 전단지에 실린 상품은 마트의 대표 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 준비가 철저하게 필요하다. 오늘은 전단 준비 과정을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1. 행사계획서를 먼저 확인해요.

전단지가 나가기 일주일 전에 행사계획서가 게시된다. 행사계획서에는 전단에 실릴 전단 상품과, 전단에 실리지 않는 비 전단 상품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행사계획서를 보며 어떤 상품이 메리트 있는지, 어떤 상품을 어디에 진열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가끔씩 내가 좋아하는 상품 가격이 많이 싸면, 옆 팀원에게 꼭 사라고 친절히 알려준다. (동시에 조금이라도 내 매출을 올리는 법이기도 하다)


2. 전단 회의를 해요.

전단 상품을 매장에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했다면, 회의에서 전단 상품의 운영 방안을 공유한다. 매장은 넓고 상품은 다양하기 때문에, 관리자가 모든 단품의 세세한 정보를 알 수는 없다. 각 부서마다 중요 대품의 위치 및 행사 내용을 보고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분명 상품 메리트가 덜한 전단 주간도 있다. 그렇다고 관리자에게 '행사 메리트가 덜하니 매출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바보가 있을까? 바로 신입사원의 나였다. 지금은 어떻게든 자체 행사, 우리 지점 인기 상품 배치 등의 대안책을 생각해간다.  


3. 전단을 준비해요.

준비 단계는 아주 단순하다. 대량으로 입고되는 전단 상품을 창고에 정리, 정해진 위치에 진열, 행사 가격표 출력하면 끝. 사실 단순하지만 고된 작업의 연속이다. 한 상품당 10박스씩 넘게 들어오는 박스들은 무게가 장난이 아니고, 행사기간이 지난 상품들을 빼고 새로운 상품들을 진열하는 것도 꽤 고된 노동이다. 심지어 우리 지점은 전자 가격표가 아니라서 종이 가격표를 일일이 출력하고, 자르고, 배치해야 한다. 오래 걸리고 귀찮은 작업이라 꼭 전자 가격표로 바꿔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전단 준비할 때마다 든다. 


4. 전단을 점검받아요.

전단 준비를 마쳤으면 점검을 받아야 한다. 전단 상품이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었는지, 전단지에 표기된 가격과 동일한지, 진열량은 적절한지 등등. 전단지가 배부되는 오전에 꼭 진행되는 업무다. 회사에서는 전단 상품에 대한 지점별 실적을 매일매일 공유해준다. 내 실적이 안 좋다면 내가 배치한 상품의 위치나 진열에 문제가 없는지 체크해야 한다. 어떻게든 문제 원인을 찾고, 빠르게 대응해야 매출 하락을 막을 수 있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며 우스갯소리로 자주 하는 소리가 있다. "전단 두 번 깔면 한 달 훌쩍이야~" 맞는 말이다. 전단지 배부 일주일 전부터 전단을 준비하고, 전단이 나가면 일주일 동안 매출 살피는 동시에 바로 다음 전단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도 든다. 전단지, 고객보다 마트 직원에게 더 중요한 게 아닐까? 나는 마트에서 아르바이트할 사원들의 면접을 자주 진행하는데, 전단지를 보냐고 물으면 팔 할, 아니 구 할은 안 본다고 대답하기 때문이다. 또한 2030 세대들은 입사 전의 나처럼 전단지에 관심이 아예 없다. 어플로 모바일 전단을 발행하기도 하지만, 이용도는 전단지보다 떨어지고 말이다. 마트 영업의 중심점인 전단지, 언제 그 중심이 이동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지나가다 한 번쯤 봐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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