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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 Jun 01. 2020

외국인 없는 외국인 상권

필자가 일하는 곳 외국인 상권이다. 하루에도 수백명, 수천명의 외국인이 드나들고 그들의 매출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트다. 이에 따라 다른 일반마트와는 잘나가는 상품이 아예 달라, 외국인 인기 상품에만 몰두했다. 지갑을 쉽게 여는 외국인들을 붙잡기 위해 외국어 가격표를 덕지덕지 붙였고, 외국어에 유능한 직원을 채용하기 일쑤였다. 30-40만원씩 어렵지 않게 대량으로 구매하는 외국인들을 보며, 외국인 고객에게 더욱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우리는 지금 달라지고 있다. 아니, 달라져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모든 비행이 줄줄이 취소되고 외국에서 돌아오면 자가격리를 2주간 의무하는 현재, 외국인이 있을리 만무하다. 필자가 일하는 마트에서도 3만원 이상 구매하는 외국인으로 통계를 내어봤을 때, 일주일에 10명 남짓이다. 다양한 사람이 방문한다는 인식으로 인해 내국인 또한 오프라인 마트에 방문하지 않는데, 외국인은 거의 없다 싶이 하니 매출이 좋을리 없다. 매일 부진한 사유와 개선방안을 모색하지만, 외국인 상권에 익숙한 우리는 어렵기 짝이 없다.



외국인 상권의 마트에서는 전단 상품이나 신상품 혹은 타 마트 인기 상품에 대해 연연하지 않았다. 외국인에게 잘나가는 상품만 팔면 된다고 생각했다. 헤어 세럼, 허니버터 아몬드, 브라우니 과자 등등이 대표적이었다. 해당 단품 매출의 구성비가 다른 20-30개 상품을 합한 것보다 높았다. 가끔씩 영업담당이 신상품 진열할 자리를 달라고 하면, 외국인들이 안사갈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마트에 입점해 있는 화장품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달팽이 마스크팩, 한방 스킨케어 등을 수십만원씩 한 고객에게 팔곤했다. 운이 좋으면 금세 매출이 반등했다. 그러나 벌써 해당 일들이 추억으로 느껴질만큼 다 옛말이 되었다.


우리는 달라지고 있다. 외국인이 발길을 뚝 끊은지 벌써 세 달이 넘어갔다. 지금 외국인 상권 같은 것은 없다. 마트 주변에 거주한는 고객을 위해 단품 하나, 매장 연출물 하나를 신경쓸 때다. 첫째로, 일단 피오피를 내국인 위주로 다 변경하고 있다. 내국인 니즈에 맞는 상품에 큼직하게 한국어 설명만 넣은 피오피를 고지한다. 화장품 브랜드들도 전면에 큼직하게 써있던 외국어들을 하나둘씩 한국어로 교체한다. 둘째로, 전단상품을 열심히 분석한다. 전단에는 분명히 메리트 있는 상품으로 선정하기에, 해당 상품을 어떻게 진열할지 고민한다. 과자 골라담기, 대용량 샴푸, 맥주 안주 등 예전에는 무심했던 상품들에 집중한다. 셋째로, 고객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지라도, 정말로 그렇게 느끼며 이를 서비스로 표현하려 한다. 사실 외국인들과 내국인들이 몰려 내방하는 주말에는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빠, 고객의 소중함을 몰랐다. 그러나 텅 비어보이는 매장 동선에 고객이 한 두명 들어올 때면 이리도 감사할 수가 없더라. 고객의 문의사항, 컴플레인 등을 진심으로 응대하려 노력한다.



현재 명동 같은 외국인 상권은 더더욱 그 여파가 심하다고 한다. 명동의 크디큰 화장품 매장에서 하루 매출 10만원이 나오기 힘들다고. 사실 코로나19의 여파가 상상을 초월하긴 하나, 비슷한 상황이 이번은 처음은 아니었다. 메르스와 사드 사태 때도 외국인 발길은 뚝 끊겼었고, 그때도 하루하루 매출을 걱정했었다는데. 옛일은 까마득하게 있고, 현재 잘나오는 매출에만 취하여 대비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현재 마트에 방문하는 고객들이 "진성고객"임을 깨닫고, 그들에 감사해해야겠다. 코로나19 이후의 마트를 잊지 말며. 언제든 다시 이러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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