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진열,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게 많잖아!
대형마트 진열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으신가? 물건을 파는 곳이라면 어디든, 고객이 물건을 쉽게 사갈 수 있도록 진열할 테다. 우리 같은 대형마트도 마찬가지. 넓디넓은 매장 안, 많디 많은 상품들 중에 '내 상품'이 고객의 마음을 훔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필요하다. 대형마트 내 좋은 자리는 분명히 있다. 고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주동선 앞 매대, 동선 가운데에 두는 평대(진열대), 계산대 앞이나 휴식의자 앞에 두는 매대 등등. 이 자리에 어떤 상품을 둬야 할지 머리가 아프도록 고민한다. 오늘은 대형마트에서 어떤 고려사항을 두고 진열하는지 정리해보려 한다.
1. 상품 메리트
무조건 상품 메리트다. 가격이 싸든 지, 증정품이 확실하든지, 1+1이든지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 현명한 고객들은 나날이 늘어 매장 가격과 온라인 가격을 휴대폰으로 바로 비교해본다. 최근에는 외국 고객들이 상품의 그램(g) 당 가격 비교하는 것을 보며 충격받았다. 여행자들도 해당 상품이 자신의 나라에서 더 싸게 파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품는 것이다. 메리트가 없으면 아무리 열심히 진열해도 매출이 미비하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는 가장 메리트 있는 상품들이 진열돼있을 가능성이 높다.
2. 시즌성
각 상품에는 잘 팔리는 시즌이 있다. 계절 시즌, 휴가 시즌, 김장 시즌, 황사 시즌 등등. 월마다 1-2개의 주요 시즌이 있는 듯하다. 계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즌은 후다닥 지나간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매출은 훅훅 떨어지니, 시즌 상품들을 전면에 빠르게 진열해야 한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에는 소고기, 와인, 치즈 등의 매출이 급상승했다. 고객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게 주류 코너에는 와인이, 유제품 코너에는 치즈가 전면에 진열되었기 때문이다. 연말과 설날의 중간 지점인 지금은 고객들의 지갑이 쉽사리 열리지 않는다. 이미 연말에 돈을 썼고, 설에는 돈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가성비 좋고 뜨끈한 레토르트 국물 요리 같은 게 진열하기 딱이다.
3. 상품 연관성
와인이 잘 팔리면 덩달아 잘 팔리는 건 와인잔이다. 연어가 잘 팔리면 역시 초고추장이나 홀레 디쉬 소스가 같이 잘 팔린다. 이렇듯 고객들은 한 끼 요리 혹은 상품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여러 가지 제품을 같이 구매한다. 냉동식품 옆에 에어 프라이기를 두듯, 상품군이 달라도 같이 진열하는 이유다. 사실 다른 상품군을 같이 진열하기는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은 부서가 다르고, 각자 성과에 들어가는 매출 분류도 다르다. 와인 옆에 와인잔을 진열해 와인잔이 불티나게 팔려도, 와인 담당은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점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 게 바람직한 사원이 아닐까? (나 또한 노력해보자)
4. 사우들 유무
대형마트에는 '사우 님들'이라 불리는 직원들이 근무한다. 사우들은 대형마트 소속이 아니라 CJ, 동서식품, 아모레퍼시픽 등의 업체 소속으로, 마트에 상주하며 자기 업체의 물건을 진열 및 판매한다. 이 사우 님들의 유무가 마트에서는 꽤나 중요하게 작용한다. 좋은 자리에서는 매출도 활성화되기에 자주 진열이 필요하다. 사우들이 있는 업체에 좋은 자리를 주면 자신들의 상품이니 진열이나 매출도 괜찮은 편이다. 그렇다고 메리트가 없는데 무조건 진열해주진 않는다. 첫 번째로 말했든 상품 메리트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5. 계약 매대
좋은 자리는 계약이 되어있기도 하다. 업체들은 항상 자기 상품을 가장 좋은 자리에 진열하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위해 영업담당은 마트 사원들을 찾아오고, 사우 님들을 투입시키고, 색다른 행사를 제안하기도 한다. 이런 복잡한 업무를 뛰어넘기 위해 좋은 자리를 계약해 차지하는 것이다. 돈을 주고 본사 자체에서 계약하는 것이라 지점에서 마음대로 자리를 변경할 수 없다. 그럼 별로인 상품들도 좋은 자리에서 판매할 수 있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점에서 계약을 다음 달엔 빼 달라고 요청하기도 하고, 너-무 좋은 자리는 거의 계약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운영하기 때문이다. 좋은 자리에선 좋은 상품만 팔려고 노력한다.
대형마트가 한창 잘 나갈 때는 자리싸움이 엄청나게 치열했다고 한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업체 사우들끼리, 부서끼리 싸우는 일이 빈번했다고. 지금도 그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마트 직원들은 업체들 사이에서 공정함과 수익성을 동시에 내려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사실 지금은 많이 평온한 상태다. 마트 사원이든 업체 사우든 인원은 점점 축소되고, 축소된 인원만큼 업무량은 배가되고 있다. 따라서 서로의 매출도 어느 정도 지켜주며 자신의 매출도 올리려 하기에 나름 평온하다고 할 수 있겠다.
대형마트에 들어와서 아주 잘 보이는 자리에 있는 상품들은 마트 직원들이 꼭 팔고 싶고, 그만큼 메리트가 있다고 자부하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지나가다 눈에 띈다면 유심히 봐도 후회는 없을 거다. 구매까지 이어지면 더 좋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