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비되는 청춘
이 영화에서 정작 마작은 영화 끄트머리에 한 장면 정도에서만 나온다. 그마저도 마작을 하고 있다고만 나오고 정확한 마작 플레이 장면은 코빼기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마작에 대해 잘 모르는 나로서는 제목에서 비롯된 어떠한 비유 같은 것들이 영화 내에 녹아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비록 마작에 관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에드워드 양 감독의 작품 중 가장 흥미진진했다.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일단 스토리 자체가 재밌어서 긴 러닝타임에도 빠져들어 볼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군데군데 유머들도 섞여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젊은이들은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청춘을 허비하고 있다.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각이 없어 보이는 것 같은 모습으로 나날들을 보낸다. 그 방식들은 과감하고 위험하다. 그리고 그들은 위험과 혼란 속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마주한다. 그 속에서 일단 서로의 순수를 확인한 룬룬과 마르타의 운명 역시 어떻게 흘러갈지 장담할 수 없다. 허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허비할 청춘이 있다는 게 부러웠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을 가고, 취업을 준비하느라 20대를 다 날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면 다행이겠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그저 준비만 하다가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채로 10여년을 허비한 사람이 되고 만다.
20대를 취직하는 데에 다 허비하고, 뒤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괴로웠던 건 또래들과 비교해서 취업이 늦은 것뿐만 아니라 20대에 남들이 했던 경험들을 나는 전혀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흔한 여행 한 번 제대로 가본 적 없이 벌써 앞자리 3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웠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방탕한 생활이나 사기, 폭력 등 범죄행위는 아니지만 역시 무언가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다. 허비할 청춘이 없었다. 아니 그럴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회피한 경우도 있었다. 뭐가 그렇게 바빴고, 뭐가 그리 간절하고 불안해서 지난 시간을 제대로 써버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다. 거창한 것들 말고 소소하게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지금이라도 삶을 제대로 즐길 것이다. 어차피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예측할 수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