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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데 좀 쉬고 싶습니다.

꼭 질병이어야만 하는가

by 익명

이따금 우울하고 힘든 시기가 있다. 그건 비단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지는 못했지만, 우울해서 식욕도 삶의 의욕도 줄어들고 마음이 힘들 때가 있다. 이 사회에서 ‘우울하다’고 호소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그나마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았다’고 얘기해야만 그나마 조금의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난 이런 풍조가 유해하다고 생각한다. 우울감에 빠졌을 때, 조금 힘들기 시작할 때 사람에게 회복할 수 있는 틈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병들어 돌이키기 힘든 수준까지만 가야 ‘쉴 권리’를 내어주는 건 사회가 병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상태가 악화되어 우울증에 걸려야만, 진단받아야만 스스로를 조금이라도 돌볼 기회를 주는 것은 잘못됐다. 몸도 그렇다. 감기 기운이 있거나 피로할 때 쉴 수 있게 해 줘야 더 큰 병을 피할 수 있는데, 예방으로서의 휴식을 ‘낭비’ 취급하니 말이다. 이 사회의 규칙에 따르면 쉬고 싶다면 질병으로 진단받을 만큼 아파야만 한다.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이는 정신적 우울감 상태를 악화시키는 데도 일조한다. 우울감이 발생했을 때 우울증이 아닐까? 우울증이어야 나에게 ‘아플 권리’가 생기는데,라고 스스로 되새기면서 우리의 정신은 더 병들 수 있다. 스스로에게 아파할 수 있는 ‘권리’를 허용하기 위해 회복의 여지를 차단해버릴 수도 있다.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아파할 권리를 허락해달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사회만이 미래를 가질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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