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덕분에 다시, 올라갑니다.

by 이열하



너의 따뜻한 손길에 특수교사 할 맛이 난다.!


그저 하루하루가 버겁다고 느끼던 날에
나의 옷깃을 여미어 주던 너의 따뜻한 손길
텀블러 빠뜨리고 교실문을 나서는 나를 불러 세워
조용히 나의 손에 그것을 챙겨주던 너
지나가다 나를 마주치면 시선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깊게 바라봐준 너
시도 때도 없이 내 품으로 안겨드는 너!
나의 마음을 먼저 챙겨주던 너
덕분에 특수교사 할 맛이 났어!
이렇게 챙김 받았던 적은 처음이야!
이토록 따뜻하게 마음을 건네는 너를 내가 잊을 수 있을까?
사랑한다. 고맙다.


2년 전 입학식이 기억이 난다.

저마다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너희들을 만났었지. 말도 못 했고 지시 따르기도 안되었고 착석도 안되었지.

교실이 아수라장이 되던 날! 나름 베테랑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처참히 무너지던 날이었지!

그랬던 너희들이 2년 뒤 저마다 성장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하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바닥에 드러눕기가 다반사이고 언어표현이 서툰 너희들은 말보다 행동이 앞섰지.

발차기는 기본이고, 머리끄덩이 잡혔고 꼬집거나 할퀴고 물려서 시퍼렇게 멍들었던 날들이 있었지.

상처를 내고도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었던 너희들이 이제는 짧은 단어지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잘못했어요"라고 말하거나 선생님 팔을 쓰다듬으며 미안하다고 몸짓 눈빛으로 표현하는 너희 모습들이 선생님 마음을 참 흐뭇하게 한다.


특히 사랑이의 따뜻한 손길에 선생님이 감동했던 날이 있었어.

교육과정반 수업을 마치고 방과후과정이 시작되는 그 시점에!

너희들과 인사를 하고 연수실로 올라가려던 그 찰나에 사랑이가 선생님께 다가와 "잠바 잠가"라고 말하며 선생님 잠바 자크를 채워주려는 모습

텀블러를 깜빡하고 안 챙기던 내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내 손에 쥐어 주던 텀블러,

갑자기 선생님 품을 파고들며 "사랑하자" "사랑해"라고 말하는 너의 서툰 말 표현들!

방과후과정선생님이 선생님과 인계하는 과정에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교실 문을 나서려던 내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외치는 너,

수업을 마치고 방과후과정 선생님께 "올라갑니다"라고 말을 하는 내 말을 듣고, 선생님을 바라보며 "올라갑니다"라고 그대로 그 말까지 따라 하며 빨리 올라가라고 몸으로 눈으로 배웅하는 모습들.


"올라갑니다"라는 그 말을 이젠 들을 수 없겠구나!

문장을 화려하게 사용하여 너의 감정과 이야기를 할 수 없지만 너의 짧은 문장 속에 담긴 너의 마음과 순수함이 느껴졌어. 나이가 들수록 너희들의 힘이 천하장사처럼 세지고 힘에 부쳐가고 있었지. 더 나이 먹으면 특수교사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날도 많아 졌었는데 너의 순수한 마음과 너무도 달라진 의젓한 모습은 '특수교사 그래도 해볼 만하다.'라는 마음을 갖게 했어. 이제는 좀 더 힘내 보자라는 마음으로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의 게이지가 너 덕분에 올라가고 있단다.


선생님은 너 덕분에 진짜로 "올라갑니다."

내년이면 또 다른 아이들을 만나겠지. 힘차게 다시 올라가 볼게.


특수교사는 매년 개별화교육계획서를 1학기, 2학기 한 번씩 작성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개별화교육계획 평가를 하며 교육 목표가 성취된 아이들의 변화를 마주할 때, 소진 증후군으로 지쳐 있던 나는 다시 힘을 얻는다.

더디지만, 하면 된다고.

교육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위대한 행동과 위대한 말은 늘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고.

시작은 미약했지만 느린 움직임은 작은 변화를 만들고, 그 변화는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한다.

단순한 관심에서 사랑은 시작되었고, 그 사랑은 몸짓과 눈빛, 그리고 짧은 말로 표현된다.

오늘도 나는, 그 사소하고 위대한 순간들 덕분에 특수교사로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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