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한 요가

8년 만에 다시 요가를 시작하다

by 따오기

매일 ''바쁘다 바빠''를 입에 달고 사는 나

뭘 하기에 그렇게 바쁠까?


업무에, 엉터리 살림에, 남편 일 보조에, 친구들 모임까지 바쁘긴 바쁘다.


그런 내가 2월부터 요가를 등록했다.

매번 맘만 먹다가 진짜 집에서 도보 15분 거리의 요가원엘 가기로 했다.

퇴근이 늦고, 출. 퇴근 시간이 편도 1시간 40분이 걸리다 보니 무얼 시작하기가 망설여지고 실행하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살림을 엉터리로 한다 해도 주부가 퇴근 후 바로 요가원을 간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런데 자꾸 만삭의 배가 되고

혈액순환도 안 되는 것 같고

당장 시각적으로나

건강측면에서 위급 상황이 느껴졌다.

뭐라도 해야지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보면 악순환의 번복만 남았을 거라는 위기감이 들었다.


일도 공부도 꿈도

건강할 때 할 수 있는 거라

올해 두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하나는 건강 관리하기

다른 하나는 브런치든 블로그든 일기장이든

글을 쓰는 행위를 꾸준히 하는 일이다.


글쓰기는 시작했으니

나머지 하나를 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집 주변에 9시 30분 수업을 하는 요가원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동안 찾아보긴 했는데 늘 주로 다니는 동선만 보고 뒷 방향 동선을 생각하질 못했다.

그래서 상권 분석할 때 사람들 다니는 동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 보다.


반가운 마음에 퇴근하고 요가원을 가서 살펴보니

건물도 깔끔하고 나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것 같아 보였다.

게다가 대표님이 핸섬하고 친절했다.

시스템을 자세히 알려 주시고 부담도 안 주시고

역시 고객을 일선에서 만나는 사람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사실 검색할 때부터 마음에 있던 터라 먼저 주 3회 한 달을 결제했다.

해 보고 좋으면 3달을 끊기로 했다. 처음부터 욕심부리다 중단하면 안 되니까.


첫날부터 요가를 참여했다.

나름 운동복도 준비해 가서 참여할 수 있었는데

중간에 참여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요가를 해서 그런지 땀이 뻘뻘 나는 게 벅찼다.


7~8년 전인가? 요가를 한 적이 있다.

언젠가 거슬러보니 2015년인 것 같다.

그 당시는 학교에 근무하던 시절이라 같은 동네 사는 동료샘과 이른 저녁을 먹고

동네 동사무소에서 요가를 했다.

생전 처음 요가 하는데 동료가 있어 빠지지 않고 다닐 수 있었다.

게다가 다이어트를 본격 해 보자고 열과 성을 다했다.

요가뿐 아니라 줌바 운동도 하고 걷기도 하고

그 당시처럼 운동을 열심히 죽기 살기로 임했던 시간은 없는 것 같다.

덕분에 체중도 많이 빼고 기분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정신이 몸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몸이 정신을 지배하는 기분이 들던 시절이었다.

되돌아보면 출산 후 가장 슬림했던 시기가 그때였던 것 같다.


다시 그때처럼 전성기가 올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안다.

이젠 의지도 상황도 그때만큼 절절하지 않은 것 같다.

아 옛날이여!


예전 요가를 했던 경험덕에 그래도

첫날 고강도의 요가를 겨우 해내고

헉헉거리며 집으로 뚜벅뚜벅 툴툴거리며 걸어갔다.


옛날, 같이 요가했던 동료샘한테 오래간만에 전화를 걸어 예전이 좋았다고 하소연을 해댔다.

그러자 '첫날이니 다음 날을 기약해 봐야지 첫 술에 배 부를 수 있냐'면서 응원을 해줬다. 그래도 시작이라도 했으니 반은 성공한 거라면서~


다음 날 가니 다른 요가 선생님이 계셨다.

동사무소에서 할 땐 매일 같은 선생님인데 요즘 다니는 요가원은 매일매일 프로그램이 다르고 선생님이 변하니 나름 재미있다.

사실 겨우 퇴근 시간에 참여하는 편이라 선생님이나 요가 종류를 가릴 처지도 못 되니

그저 늦지 않게 참여하고 버텨내는 게 내 목표다.


이제 요가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사정상 하루 빠진 거 외엔 선방했다.


과거처럼 동작도 잘 안되고, 힘도 들지만 개인차가 있는 것이니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선생님들도 과한 욕심은 삼가라 하고 개인 상황에 맞게 하라고 조언해 주신다.


특히 '요가는 어떤 동작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내 몸을 관찰해서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이제 한 두 명 회원들과 인사도 나누고 선생님도 점점 친근해진다.

부디 빨리 퇴근해서 개근이나 해 봤으면 좋겠다.

사실 점점 업무량이 늘고 해야 할 일이 많아 걱정이 되긴 한다.


어젠 상갓집. 그젠 남편 일 돕는 일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암튼 다시 시작한 요가와 당분간 깊은 연애에 빠져야겠다.

내 몸이 조금씩 폴더가 되도록 마음의 기름이라도 쳐줘야겠다.


오늘도 요가를 다녀왔으니 밤 잠은 또 꿀 잠을 자리라.


(주말 요가 시간에 창 밖으로 나무들이 보여 잠시 사진도 찍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