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질을 안 하니 못 하는 거다.
일찍 퇴근하고 새로운 미용실을 찾아갔다.
지인들이 커트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하길래 생전처음 예약이란 걸 하고 갔다.
그래봤자 회사 앞이지만.
소문처럼 가위손같이 사사샥~ 커트를 한다.
미용실 선생님마다 커트하는 손길이 다르게 느껴지는데,
이 분은 커트 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섬세하고 간지럽게 커트를 한다.
마치 영화 속의 가위손같이
복잡한 거 싫어하고 쉽게 손질하는 거 선호하는 내 스타일을 반영해서 짧고 가볍게 쳐 준다.
양 옆, 귀 부분이 무거워 보였는지 그 부분을 가볍게 여러 차례 숱을 친다.
워낙 머리카락이 굵은 데다 검고, 숱이 많은 촌스런 스타일이라 짧게 잘라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맘에 안 들면 또 기르면 되니까.
손질이 끝났는지 여기저기 매무새를 해주며
‘머리 감고 말릴 때 뒤에서부터 앞으로만 말리면 된다’고 여러 번 강조한다.
늘 미용실만 가면 듣는 이야기고, 분명 그렇게 한다고 하는데 전문가의 손길과 나의 똥손은 뭔가 다르다.
마지막으로 드라이를 해 주는데 어찌나 쉽게 해 주는지, 나는 감히 흉내를 못 낼 정도다.
보기엔 쉬운 데 따라 하긴 어렵달까?
그 모습을 보다가 ‘저는 머리 손질을 못해서 머리를 잘 안 만져요. 겨우 감고 말리는 정도예요’라고 했더니
미용사가 단번에 ‘손질을 안 하니 못 하는 거예요’라고 하신다.
아. 그랬다. 못 한다고 안 하니 매일 헤어스타일이 거기서 거기였던 거다.
못 하면 궁리를 하고 예뻐지도록 기술을 연마하면 되는데,
난 안 된다고 애당초 할 생각도 안 했던 거.
비단 머리손질뿐이랴.
글쓰기도 요리도 하면 할수록 잘할 텐데~~
당연한 순리 앞에서 갑자기 민망해진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이제껏 안 한 드라이 연습을 열심히 할 것 같진 않고
미용사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뒤에서 앞으로 말리기’나 열심히 해야겠다.
그러나 못 한다고 포기하지 말고 자꾸 시도는 해 봐야겠다.
혹시 이 나이에도 머리 손질 잘해서 반짝이는 날들이 펼쳐질지 어찌 알아~~^^
오래간만에 미용실 바꾸고, 짧게 커트했더니 기분이 두둥실 떠 오른다.
아. 봄이다. 살포시 날아보자~~^^
#가위손 #똥손 #헤어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