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반백살!"이라니

중년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by 민들레

나이나 생일에 대해서 무던한 편이다.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있는 현재의 나의 상황에서 나이가 그다지 중요한 적도 없었으므로 나는 나의 나이보다는 아이들의 주민번호와 나이를 외우기 바쁘게 살아왔다.

몇 달 전 갑자기 나의 나이가 중년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자각을 해서 그것만으로도 나름 놀랐는데 지난주에는 "반백살"이라는 단어가 내 뇌리에 꽂혔다. 아 나는 벌써 반백살을 앞두고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세상에 뭔가 이롭게 한 일 없이 50년을 살아왔다니 빛도 아니었고 소금도 못되었으니 참 부끄럽기만 한 상황이다. 반백살이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충격에 나의 살아온 시간의 양도 한몫했지만 더 큰 것은 이제 어느 때라도 죽음이 스치듯이 주변을 맴돌기 시작할 것이라는 그래서 종국엔 나에게도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안다고 해도 크게 무엇 하나 더할 수 없는 일상이지만 하고 있는 운동은 빠지지 않고 꾸준히 해야겠다는 다짐 하나 실천하고자 맘먹는다.

알아서 대비해질 류의 고민이 아니라면 그저 묵묵히 성실하게 주어진 오늘을 "지금"을 살아내는 것이 최선 아니겠는가. 물론 금방 또 핸드폰 게임에 2시간을 보내버리고 유튜브시청에 시간 가는지 모르면서 흘려보내는 날도 있겠지만 한 번씩 자각하고 마음을 잡고 그렇게 살아야지. 조금 더 자주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몫이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김장으로 남은 시간을 가늠하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맘에 와닿지 않았는데 "이제 김장을 몇 번이나 더 하려나?" 그 말의 뜻이 조금은 새겨지는 듯하다.

올해 이 맛있는 옥수수를 내년에 또 먹을 수 있을까? 정말 오늘의 나의 날이 남은 날 중에서 가장 예쁜 젊은 시간이구나.

아 정말 반백살을 앞두고 있다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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