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의 무서움
장장 10일 이상 쉬는 사람도 꽤 있다고 할 만큼 긴 연휴였다. 그 연휴의 끝자락에 신랑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 소식이 들렸다.
배가 다니는 남쪽의 항구.
여기서 기차로 출발해서 버스로 갈아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
연휴 끝에 첫 출근하는 날 신랑은 조퇴를 내고 내려간다고 한다.
다행인 점은 평소라면 금요일 저녁 내려가는 기차는 매진행렬이 대부분인데 긴 연휴의 끝이라서인가 자리가 여유롭다는 점. 가족 모두 모인 추석을 보내고 돌아가셨으니 가족들로서는 다행이겠다 싶다는 생각.
내가 옆에서 보게 된 신랑 친구들 부모님의 부고가 벌써 5번은 되는 듯하다. 나랑 8살 차이 나는 신랑의 상황은 내 8년 후에 일어날 일일 텐데... 곁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존재감이 느껴져서 간접적이라도 무섭다. 이번 연휴에도 역귀성을 해 주실 만큼 건강하신 시부모님도 언젠가 오시지 못할 날이 오겠거니 생각하면 그 또한 무섭다.
어쩌면 몇 다리 건너는 나에게도 슬금슬금 무서움이 전해지는데 한 다리 걸친 신랑은 어떨 것이며... 그런 숱한 주변인의 부고를 직접 겪으시며 살아계시는 구순의 시아버님은 어떠실지 생각하니 이래저래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잠이 안 왔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던데 슬픔도 슬픔이겠지만 무섭기도 했다.
부모님의 부고에서 친구들의 부고를 거쳐 어느 순간 당사자가 될 일만 남을 텐데 늦출 수도 멈출 수도 없는 회전 톱니바퀴에 걸려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 많은 무서움의 날들을 보내오신 살아남은 분들이 다 존경스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