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의 척도는 나의 편함 너의 불편함.
신랑은 친구 중에 거의 마지막타자로 결혼을 했다.
그중 이미 결혼생활을 오래 한 친구 하나가 연락을 해서는 부인이 엄청 만족하는 가전이 있는데 너에게 선물해 주마고 굉장히 즐거워하며 선물해 준 가전이 바로 침구청소기이다.
일반적인 청소야 부인이 주로 한다지만 침구 청소는 본인이 맡아서 하다 보니 부인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며 새신랑에게 선물한 것이다.
그 멘트와 함께 전달해 준 선물은 멘트대로 신랑의 전용 청소기가 되어 처음엔 주말마다 열심히 청소를 하였고 아이들이 태어나고부터는 잠시 멈춤 했다가 정신 차릴만하니 다시금 뜨문뜨문 침구청소기를 돌려주었다.
"야. 진짜 고맙다 고마워!"라고 친구에게 답례 인사하는 신랑의 말투는 전혀 고맙지 않았으며 아마 선물해 준 분도 본인만 힘들 수 없으니 너도 한번 해 봐라 하고 즐겁게 선물투척을 했겠구나 생각했다.
오늘 오랜만에 침구 청소기 좀 돌릴까?라고 먼저 제안한 신랑.
웬일로 즐거워 보인다 싶었는데 아이들에게 침구 청소기를 들려준다.
아이들은 이불을 펴고 널고 하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면서 열심히 침구청소를 해준다.
식탁 의자에 앉아 아이들의 청소 모습을 바라보는 신랑도 매우 행복해 보였다.
청소를 마치고 꽤 오랜만에 선물해 준 친구에게 전화를 하여 안부를 묻고.
이제야 진짜 편한 가전으로 잘 쓰고 있다며 이젠 아이들이 청소한다고 하는 걸 들었다.
그래 나는 신랑이 청소기를 해서 처음부터 만족했고 신랑은 아이들이 청소하니 이제야 만족한다.
만족의 척도는 나의 편함이며 한편 너의 불편함이다.
아직은 아이들이 놀이 삼아한다지만 머지않아 다시금 나의 만족도가 높은 가전으로 돌아오겠지.
그때 신랑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청소기를 돌릴 것이다.
강풍이 몰아치는 한파의 날씨에 집에서 편안히 쉬고 있는 나의 만족도 누군가의 불편함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한번 더 생각하게 됐다. 진짜 배송의 나라. 날씨랑 무관하게 배달기사님들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