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안 되는 인연들에 충격받기
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자연스레 멀어진 게 30대 후반쯤이다.
각자 직장으로 멀어지면서 줄어들고 결혼으로 또다시 멀어지면서 소원하게 된 관계들이 한차례.
결혼과 아이로 인해 생긴 관계들로 또 한 차례 아이들 10살까지 잘 지내왔다.
인연이라는 게 누구라도 평생 가는 것이 아니니 연연하지 말자 하면서도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는지라 그래도 한 번씩 밥 먹고 시간을 나누는 사람들은 두고 지내기 마련인데 지난주 그 몇 안 되는 인연들에 이런저런 충격을 받는 일들이 연달아 생겼다.
신랑을 불러 앉혀서 이런저런 넋두리를 늘어놓았더니 잘 듣고 있던 신랑이 이렇게 말해주었다.
사람을 만나서 이 점이 마음에 안 들어서 쳐 버리고 저 점이 마음에 안 들어서 멀어지면 남는 사람이 없을 건데 네가 너무 외롭지 않겠니? 그 말 또한 틀리지 않아서 이래저래 충격인 한 주를 보냈다.
원수는 삼지 말라고 하신 말씀처럼 그리고 원수질만큼 싸운 것도 아닌지라 그저 자연스럽게 연락의 횟수가 줄어들게 될 거다. 아이 때문에 충격받은 집은 이제 아이들과 같이 어울릴 일이 줄어들 테니 어른끼리 만나기 쉬워질 동안 관계가 정리되던지 아니면 좀 오래 지나서 만나게 되겠지.
안녕 잘 가~ 인사할 것도 아니고 그저 내가 먼저 하는 연락은 당분간은 줄어들듯 하다.
그 선인도 그렇듯 어떤 악인이라도 100% 악인은 아닐 것이다.
회사에서 일 못하는 사람이라도 가정에 돌아가면 정말 멋진 가족의 멤버일 수도 있다.
요리하는 상황에선 보조만 하는 사람도 전기제품을 만져야 되는 상황에선 독보적일 수 있듯이.
내가 받은 충격도 그 사람이 가진 여러 가지 면 중 한 면일뿐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다른 면을 볼 용기나 아니면 관계를 덮어버릴 용기도 아직은 그저 가만히 수동적으로 시간을 약을 삼아 기다리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