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닮기 싫다.

불쑥불쑥 떠 오르는 기억들

by 민들레

내가 어릴 때 엄마는 자상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자고 일어나면 남동생은 뭔가 먹었다고 하는데 원래 자는 사람건 챙기는 게 아니라며 내 것은 남겨두지 않았다. (형편이 어렵지도 않았고 형제도 남매로 나와 남동생뿐이었다.)

남동생이 한창 게임에 빠져 학교를 가지 않고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을 때에도 나더러 찾아오라고 시킨 엄마는 정작 나를 먼저 보고 숨어 도망 다니다가 밤늦게 들어온 남동생을 혼내는 대신 근처에 두고도 못 찾아왔다며 나를 혼냈다.

2살 차이.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었을 텐데 첫째라고 그렇게 혼났는지 잘 모르겠다.


결혼을 하고 쌍둥이를 출산했다. 나와 내 남동생의 나이터울처럼 2살 터울의 막내도 생겼다.

내가 아이를 키워보니 그 2살 차이가 매번 다르게 다가온다.

가만히 있을 때는 그래 너나 막내나 모두 애다 싶다가도 뭘 시킬 때나 내가 요구하는 것에서는 분명 형누나의 몫을 부득부득 우기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나에게 첫째의 노릇을 강요하던 엄마를 닮기 싫은데, 가끔 그때의 기억들이 불쑥불쑥 생각나서 기분이 나쁜데 나 역시 나의 첫째들에게 그렇게 강요하는 모습이 있는듯해서 화가 난다.

내가 엄마보다 나아진 점이라고는 먹을 것을 공평하게 챙겨준다는 것 하나다. 정말 그거 하나라서 먹을 거는 공평하게 주려고 무진장 노력한다.

싫어하면서 닮는다고 키워진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 앞으로 어쩌나 걱정이 된다.


엄마가 TV가 안 나온다고 하셨다. 전 같으면 열심히 알아보고 사드렸겠지만 이번엔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오늘 기사가 와서 설치하고 갔다고 하길래 "엄마가 샀어? "물으니 남동생한테 전화했다고 한다.

그래 이제 엄마가 동생에게 이야기할 차례다. 시시콜콜한 일상들을 딸에게만 공유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챙겨주던 아들에게도 받아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나의 아이들에게 자상하게 대하는 엄마를 볼 때 문득 낯설다고 느껴진다.

아직도 엄마의 막내 사랑은 끝나지 않았는데 나에게 자꾸 막내만 챙기지 말고 쌍둥이들도 챙기라며 잔소리를 하니 듣기 싫다.

왜 엄마의 삶이 나에게 화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는가? 갱년기 시작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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