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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엮어 나가는 것

매듭짓기, 이어나가기, 끊어내기

by 민들레

중년의 나이에 들어섰다.

빠르게 세상을 떠난 친구도 있고, 살았으나 관계는 살아있지 못하는 친구들도 한 카테고리에 있을 만큼 생겼다.

과거 어느 한 시절처럼 매일매일 붙어 다니며 많은 것을 공유하던 시간은 아쉽게 지나갔더라도 몇몇은 아직도 드문드문 연락을 주고받는 관계가 된 반면 단단히 묶여서 풀 수 없게 되어버린 인연도 생겼다. 그리고 내 앞에 정리해야 될 인연도 놓여있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다지 외로움을 느끼지 못할 환경에 놓여 있으니 감사하다.

그럼에도 가끔 눈앞에 인연들을 잘라내야 할 것이 보이면 한숨이 나오고 어찌해야 하나 고민된다.

굳이 자를 필요까지 있을까? 그냥 내버려 두면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도 있고 다른 결로 이어나갈 수도 있는 인연일 텐데 싶다가도 사람이 좋고 싫은 게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싫은걸 티를 안내기가 좋아하는 것 티 안내는 일 못지않음이다.


떠난 마음으로 관계를 지켜보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마음이 열려있을 때는 어느 정도의 실수도 용납할 수 있지만 마음이 닫힌 이후에는 작은 실수에도 내가 더 크게 반응하게 된다.

거봐. 역시. 그렇다니까.라는 말을 속으로 하게 될 때마다 사실상 상처받는 건 나 자신이다.

아냐. 혹시. 이번에는 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기대했던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다면 상처도 받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일단은 선택지 중에 자르기보다 가늘게 이어 나가기를 선택했다.

작은 매듭도 한번 만들 필요가 있어서 내 의사도 표현했다.

이 매듭으로 마무리 지어지지 않고 다시금 잘 엮어나가길 기대해 본다.

실망을 또 할 값이라도 만나는 모든 인연에 기대하지 않는다면 내 삶이 얼마나 삭막해 질까 생각해 보면 그래도 기대하고 실망하는 일이 내가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살아있고 아직 살아나가야 하니 그래 또 다시 잘 엮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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