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반사
거름 외에 농약을 하지 않다 보니 밭의 여기저기에 풀이 지천이다. 냉이도 달래도 쑥도 있지만 아직 나물을 해 먹는 재미를 모르는 나로서는 그저 다 잡풀. 이 풀들을 처음 날 때 제거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작물을 넘어서서 통행도 어렵게 만들고 수확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주에 싹 훑어서 2번이나 정리한다고 했는데 오늘은 오늘의 해가 뜨듯 오늘의 잡초는 또 생겨나기 마련이라 밭에 나가서 또 뽑는다. 그래서 봄은 뽑고 뽑고 뽑는 것이 일상 다반사.
음악을 듣거나 다른 뭔가를 병행하지 않고 오로지 풀만 뽑다 보면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의 날개들이 펼쳐지게 마련인데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골로 이사 온 뒤 자신도 전원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풀을 뽑고 작물을 수확하는 일이 자기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었다.
그런데 그 모든 사람들도 결국엔 수확할 때만 와서 참여하기를 원할 뿐 그 어느 누구도 심는 과정이나 중간중간 밭을 매야하는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아니 심지어 수확할 때 와서 직접 캐 간 사람도 손에 꼽힐 정도이다. 다 그저 말뿐이고 내가 날라다 주는 것이 대부분.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내가 농사의 생산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내가 소비자로서 창작자의 고통이나 영감을 얻는 지난한 시간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내 입에 맞는 책과 내 귀에 즐거운 음악인 그 결과물만 딱 원하고 취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고 보면 모두가 소비자이며 생산자이니 나의 생산물에 왈가왈부하는 사람들도 그들의 생산물에 나의 투덜거림을 감내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조금 넉넉하게 너그럽게 서로를 이해해 주면 조금 낫지 않을까?
혼자 뽑는 잡초 덕분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글로 남길 수 있었다. 단순노동은 참 그런 묘미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