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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노래 Oct 02. 2021

그리움을 학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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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 특성상 사람들을 수시로 만나야 하는 나에게 어려운 것은 미소였다. 단순히 자본주의적 미소를 넘어 전문적인 이미지에 따뜻함까지 담아내야하는 미소. 어느 지치는 날엔 과연 그런 미소란 것이 있기는 한 걸까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고난이도 미소. 스튜어디스, 마트의 직원, 영업사원 등과는 또 다른, 상처를 다 털어놓아도 된다는 안도감까지 주어야 하는 미소를 지어야 한다는 압박은(누구도 구체적으로 강요한 적은 없지만) 나의 일 중에 가장 어려운 것에 속했다.

처음에 마스크는 당연히 숨쉬기 갑갑하기만한 것이었다. 사실 이 불편함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어느 순간 눈으로만 웃는 법을 터득하고 난 이후 미소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졌다. 이것은 마치 매일 출근복을 딱 떨어진 정장으로 입다가 룰루레몬 요가복을 입고 출근하는 기분이었다. 신체적 호흡과 정신적 호흡을 맞바꾼 기분.


2020년 봄을 그리워하는 많은 것들 중에서 그것을 대체할 것들과,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생존 전략이었지만 어떤 것은 아쉬움 하나없이 사라졌다. 두려운 것은 모든 것이 지나간 후에 지금의 이 상황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의 시대를 그리워하면 안 된다는 도덕적인 이성이 내게는 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아파하며, 심지어 죽음에 이른 시대이다. 나의 편리함, 해방감, 익숙함으로 이유로 이 시대를 그리워하게 된다면 나는 그것과 아주 오랫동안 싸워야 할 것이다. 매년 4. 16을 마음 편히 보내지 못하는 것처럼.


편리함을 애써 묻으며 그리움을 학습한다. 매일 아침 마스크를 쓰면서 마스크 이전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익힌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따뜻한 미소를 지어야하는 이유는 변하지 않았기에 아니 오히려 더 많이 늘어났기에, 그리움을 학습한다. 그리고 바란다. 올해의 겨울마저 지나고나면 시대를 그리워해야하는 어려운 일이 더 이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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