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노래 Oct 19. 2021

사랑의 역사 #2

그림과 글

질문이 더는 답을 얻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아니, 답을 얻었지만 억지와 강요, 체념과 지루함이 빚어낸 답일 뿐이었다. 교수와 학생이 주고받는 질문과 답만도 못한 대화가 우리 사이에 틈을 내고, 길을 내고, 물길마저 만들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좁디좁은 길이었지만 우린 건널 방법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물론  방법을 찾는 일도 연인이라는 의무감이 엄습하는 순간  . 이데올로기보다 견고해보였던 감정은 신호등을 지키는 의무보다 못한 채로 남아있었다. 결국 나풀거리는 의무감과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끈적한 이기심이 관계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네가 자존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나에게 먼저 말을 . 서로 노려보듯이 텔레파시를 보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서걱거리는 칼을 쥐고 있으면서 다른 손으로 상대방의 칼날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렇게 피가 차오르고 언젠가 먼저 숨이 막히는 쪽이 칼날 대신 자신의 칼자루를 쥐겠지. 그래, 그렇게.

작가의 이전글 귀를 기울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