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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노래 Oct 28. 2021

글을 담고 생각을 모으면, 열리는 새로운 일상

책장위고양이 시즌5


글을 담는 


가끔 이상한 상상을 한다. 세상의 모든 책의 글들을 가늠하는 일이다. 침대 머리맡에 있는 책 두어 권으로 시작하여 책장에 있는 책을 떠올리고, 동네 서점의 책들을 머릿속에 가득 채운 다음, 큰 서점에 다다르면 머리가 휘청거린다. 순간 이동을 하듯이 고전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아득해지며 '이번 생에 다 읽을 수는 없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멀미가 날 듯해서 다시 현실의 침대 머리맡으로 돌아오면 허무하다. 세상에는 온갖 이야기들이 넘쳐나는데 나는 결코 그것들의 1/1,000,000,000도 볼 수 없구나.


무한대의 이야기 속에서 어떤 글을 읽을지 선택하는 일은 마지막으로 단 하나의 음식만 먹을 수 있는데 선택하라는 것과 같았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책 추천은 성공보다 실패의 확률이 높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심지어 나와 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의 추천마저도. 단,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경우는 달랐다.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 추천의 경우도 비슷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 출판사의 연관 검색어들을 검색하다가 단어 하나가 눈에 걸렸다. 책장위고양이. 장강명 작가의 최근 활동을 찾다가 뜨는 책장과 고양이의 생소한 조합.


글을 보내 준다고 한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포함된 필진으로. 좋아하는 작가가 포함되었다면 다른 작가들 또한 마음에 들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매일 글을 준다는 것이었다. 선택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하나도 들이지 않고 마음에 드는 글을 받아볼 수 있다니. 이것만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생각을 모으는 


언젠가부터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보지 않는다. 그런 시간 동안 보게 되는 것들은 대부분 알아서 띄워주는 뉴스, 영상들인데 어느 순간 바보가  기분이었다. 필요가 관심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글과 사진과 영상을 보는 일은 시간의 무의함을 너무 크게 느끼게 만들었다. 나는 차라리 멍하니 검은 창문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쪽을 택했다. 어느 쪽도 출퇴근에 들어가는 2시간의 시간이 아까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글이 도착하는 알림을 보고 바로 열지 못하였다. 잠시 설렘을 느끼고 싶었다. 나에게만 보내는 편지 같은 느낌. 다른 구독과는 다른 느낌. 작가가 자신의 일기를 나에게만 보여주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 이 시간에 내가 자신의 글을 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내는 에세이라니.

  

이번 시즌 5의 첫 에세이 김선오 시인의 첫 문장도 여전히 나를 사로잡았다.

[피아니스트 시모어 번스타인은   무렵 친척의 거실에서 처음으로 피아노 건반을 누르며 알았다고 한다. “여기가  세계구나……”]


나는 시즌5의 첫 에세이를 읽으며 생각했다. “여기가 내 세계구나.”

나만의 시간, 나만의 루틴, 나만의 생각.


열리는 새로운 일상


출근길에 에세이를 읽고 나면 하루의 시간 동안 문득문득 에세이의 글귀들이 떠오른다. 글귀 속 시간, 풍경, 냄새, 느낌 중에서 어느 것 하나 하루의 순간과 조우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 그 순간 일상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 평범하고 지루하며 때로는 지긋지긋한 현실과 풍경이 마치 배경음악이 전환되어 다른 인상을 주듯이 바뀌어진다. 그리고 그 시간은 의미를 남기고 기억되어진다. 그렇게 소중한 찰나가 생기면 나의 일상은 작지만 소중하게 새로워진다.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에세이를 권한다. 매일 새로운 글을 만나서 부디 새로운 순간을 느끼고 바라건대 즐기기를.

그래서 당신의 일상도 찰나의 빛으로 가득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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