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노래 Nov 04. 2021

사랑의 역사 #5

생각해보면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지는 않다. 머리끝이 어깨에 걸려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아서 짜증 비슷한 것을 낸 날도 산들바람만은 좋았다. 여전히 산들바람은 불고 있었고 여전히 머리끝은 제멋대로인데, 단 한 마디도 이해하지 못할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동안 너는 이미 사라져 버렸다. 시작은 기억도, 이유도 없는데 끝은 너무도 생생했다. 다만, 여전히 말들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더 이상 말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이렇게 무엇이 중요한지, 무슨 말이 필요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서 있었다. 머리가 더 이상 어깨에 걸리지 않게 되어 사랑의 증거와 척도를 인내와 배려로 측정하고, 증오하고, 갈구했던 시절이 지나갔지만, 자란 것은 머리카락뿐이었다. 여전히 생각한다. 너의 통보는 나의 구애와 질투만큼이나 말이 되지 않았는데, 왜 제자리로 돌릴 수가 없는지. 잘못된 것을 알고 난 후에도 왜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는지. 생각으로 열 하룻밤을 새어도 현실에서는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지. 왜 너를 제외한 모든 것이 그대로인지. 왜 나 혼자 이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지.





작가의 이전글 글을 담고 생각을 모으면, 열리는 새로운 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