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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 감초
by
블레스미
Nov 26. 2024
징하네 정말..
주말에
마트를 털고
또 간다
마트를.
우리 집의
식생활을 설명하자면
공식적인 외식은
일 년에 두 번 이뤄진다.
내 생일과 결혼기념일.
이 두 날까지
내가
내 밥을 할 순 없는 거잖아?
그 외의 외식은 없다.
어쩌다
나갔다가 무슨 일이 터져
밥때를 놓치거나
그냥 보낼 수 없는
어떠한 일이 생기는 날
여행 가는 길에
먹어야 하는 끼니
이런 것들은 예외로 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있어봤자 두어 번 정도..??
주말 활동을 하러나갈 땐
되도록 오후 스케줄로 잡아
이른 점심을
집에서 챙겨 먹고 나간다.
밖에서 사 먹는 건
음료나 간단한 간식이 전부인데
아이들이 어릴 땐
물과 간식도 챙겨 나갔으니
지갑이 세상구경 할 일은 적었다.
배달음식은 시킨 적이 없다.
배달료에 팁까지
챙겨줘야 하는 문화권이라
'그럴 바엔 안 먹는다' 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대신 픽업을 한다.
필요할 때
미리 주문을 넣어 놓고
시간 맞춰 가져와 먹는데
이 또한
밥을 하지 못하는
어떠한 상황일 때 하는 선택지다.
내가 코로나에 걸려
주방이 마비가 되었을 때
실컷 써먹었더랬지.
라면은
그야말로 비상의 비상식이다.
왠지 모르게
라면을 식탁에 올리는 건
내가
내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기분이 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는 라면을 사랑한다.)
저~~엉말 밥하기 싫은 때,
해 먹을 것도 없을 때,
오랜만에 라면 한 번 먹자!
하며 끓여 내는 메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겐 오히려
라면이 특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남편은
워낙에 음식에 불평이 없는 사람이고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이런 식생활이 습관 되어
이날 이때까지
'밥의 난'은 없었다.
평일은
아침저녁을 차려내고
아이들 점심 도시락을 싸야 한다.
주말은
여섯 끼니의 식단 메뉴를
생각해 놔야 한다.
거기다가
간식이나 주전부리도
상비되어야 할 것.
나가 먹어봐야
'별거 없고 짜기만 하더라'라는
소감에
팁까지 얹어 줘야 하는
상황이 더해져
'그 돈으로 맛있는 거나해먹자' 가
도출된다.
그러니
가끔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이용하는 찬스로
고이 접어 놓도록 한다.
이러한 식생활이라
나는 4군데를 돌아가면서
장을 본다.
재료에 따라
양에 따라
가격에 따라
장 보는 마트가 달라지는 것이다.
한 식재료를 사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가는
한인마트
생필품과
대용량 식재료를 사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가는
코스트코
주말 동안 먹을
이것저것을 사기 위해
금요일마다 가는
우리 동네 로컬 마트
주말 동안 털린 냉장고를
가볍기 채우기 위해 방문하는
ALDI
오늘은 ALDI 가는 날.
유럽 태생인 이 마트는
가성비로 승부하는 곳으로
미국 아줌니들이 사랑하는 곳이다.
그렇다고 해서
질이 낮거나
싸구려를 취급하는 곳이
절대 아니다.
그러니
ALDI가 가까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요즘
내가 꽂힌 식재료는
소 다짐육이다.
오만가지로 활용할 수 있는
만능 식재료!
미국 마트엔
이렇게
지방의 비율을 선택하여
다짐육을 고를 수 있고
유기농도 판매하니 선택의 폭이 넓다.
가장 큰 사이즈로 한 놈 잡아와서
다진 버섯과 양파를 넣고 볶아낸다.
후추와 맛술, 다진 마늘은 필수.
이렇게
준비해 놓고 나면 뿌듯하다.
여기에
토마토소스만 부으면
라구 소스 완성.
도시락으로 파스타를 싸 줄 수 있다.
미국식 핫도그 번에 치즈를 깔고
소시지 대신
이 '라구 소스'를 올리면
또 다른 도시락 메뉴.
주말 아침으로 죽을 먹자고?
전기밥솥에 쌀을 씻어 넣고
그 위에
볶은 다짐육을 솔솔 뿌린 후 취사.
그럼
소고기 버섯 죽 완성이다.
다진 야채는 옵션.
간 조절은 셀프.
비빔밥을 해 먹을 땐
그 위에 소복이 떠 올리고 끝
유부초밥을 할 때도
밥 위에 솔솔 뿌리기만 하면 끝.
김밥 좀 말자 싶으면
간장 양념만 얼른해서 둘둘
그
간장 양념한 것을
칼국수에 수북이 넣어 먹어도 좋다.
거짓말 좀 보태고 우겨보면
명동에 있는
명동칼국수 집이 생각나는 맛이다.
할 거 없어
볶음밥을 하는 날은
집에 있는 야채 대충 넣고
이 볶은 다짐육을 넣어
내 자존심을 세운다.
바쁜 아침에
간단히 빠르게 먹어야 한다면
밥에 볶은 다짐육 뿌리고
간장 쪼르륵 부은 후
김에 싸주면 그걸로 끝.
간식??
나쵸칩을 담은 팬에
볶은 다짐육과 치즈를 흩뿌려서
오븐이 살짝 구워내면
비프 나쵸 완성.
맥주 안주로도 딱.
또띠아에
볶은 다짐육과 치즈를 뿌려 올리고
반 접어 구우면
비프 퀘사디아가 되고
이건 도시락 메뉴로도 좋다.
한 가지로
11가지 메뉴 쌉 가능.
메뉴 돌려 막기는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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