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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편한 세상
by
블레스미
Dec 4. 2024
이사를 한지
4개월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사야 할 것들이 매일매일 생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동안
미니멀로 생활했던지라
살림이 많지 않았고
가지고 있던 가구들은
미국 가정으로 입양 보낸 상태여서
많은 것들을 새로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혼수 장만할 때 이후로
이렇게 큰돈을 척척 쓰긴 처음이라
괜히 겁도 나지만
신나게 써 재끼는 기분에
묘한 쾌감이 있다.
오늘도
열심히 최저가를 찾기 위해
손품을 팔았다.
웹사이트를 얼마나 뒤졌는지
눈을 감으면
내려오는 가구들로
테트리스도 할 판이다.
남편이 퇴근을 하고
나의 후보들을 보여주며
간단하게 답정너 게임 한 판 하고 나면
대망의 결제 시간.
더~럽게 비싸네
금 칠을 했나..!!
좋은 소리가 안 나온다.
구시렁거리며
방을 나오는 내 등 뒤에서
남편이 말했다.
써! 써!
그냥 다 써~~
뭐 죽을 때 돈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니고
다 쓰고 죽는 거야
써~~!
돈 좀 많이 썼다 하는 날이면
다들 한 번씩은 하는 말 일 거다.
죽으면
누가 저승으로
계좌 이체해 주는 것도 아니니까
근데
뭐 꼭 계좌이체로만 받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난 죽어서 돈 가져갈 거야~~
남편은 픽 웃더니 대꾸도 없다.
잘 들어~~
내가 먼저 죽으면
전 재산을 싹 다 현금으로 바꿔!
그리고
그걸 딱 반으로 나누는 거야.
그런 다음
반은
당신이 살 집을 사든~
먹고 죽든~~
마음대로 해.
당신 거니까.
그리고 나머지 반은 내 거야.
내 몫으로
내가 지낼 좋은 곳을 구해.
외곽에 경치 좋은 땅을 조금 사던가
아니면 실내도 좋아
창문 있어서 햇볕도 잘 들고
관리도 고급으로 되고
음침한 거 없이
훤하고 따뜻한 곳으로.
비싸다고
돈 아낀다고
뭐 무슨 할인이 되냐 마냐
어디가 더 싸네 마네
그런 거 따지지 마!
그 돈 내 목아치야!
그 돈 모은다고 아끼더니
쓰지도 못하고 죽었네 어쨌네
불쌍하다 할 필요 없어.
내 몫은 그렇게 챙겨 갈 거니까.
알겠지?
그 돈 다 써서
최~~ 고 좋은 데다가
날 딱 갖다 놓으라고.
어??!!
저세상 인생
좋은 데서 편안~하게 살라니깐.
어??!!!!
알았어??!!!!!
딴짓하며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남편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하.... 그래..
마음대로 하세요~~
언제 죽을지 모르니
쓸 거 쓰고 즐기며 살라 하지만
반대로
언제 죽을지 모르니
얼마를 어떻게 쓰고 즐겨야 할지
노 아이디어.
불편함 없을 정도
자괴감 들지 않을 정도
자존심 상하지 않을 정도
팔자타령하지 않을 정도
고 정도 쓰다가 죽을란다.
그리고 나머지는
저세상
나 살 집 보증금으로
"할부하시겠어요?"
"아니요, 현금 일시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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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 승무원, 강사, 교수의 타이틀이 있던 삶이었습니다. 미국 이주 후, 한국어를 가르치며 초기화 된 제 인생을 스스로 구하는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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