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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편한 세상

by 블레스미


이사를 한지

4개월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사야 할 것들이 매일매일 생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동안

미니멀로 생활했던지라

살림이 많지 않았고

가지고 있던 가구들은

미국 가정으로 입양 보낸 상태여서

많은 것들을 새로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혼수 장만할 때 이후로

이렇게 큰돈을 척척 쓰긴 처음이라

괜히 겁도 나지만

신나게 써 재끼는 기분에

묘한 쾌감이 있다.





오늘도

열심히 최저가를 찾기 위해

손품을 팔았다.

웹사이트를 얼마나 뒤졌는지

눈을 감으면

내려오는 가구들로

테트리스도 할 판이다.





남편이 퇴근을 하고

나의 후보들을 보여주며

간단하게 답정너 게임 한 판 하고 나면

대망의 결제 시간.





더~럽게 비싸네

금 칠을 했나..!!





좋은 소리가 안 나온다.





구시렁거리며

방을 나오는 내 등 뒤에서

남편이 말했다.





써! 써!

그냥 다 써~~

뭐 죽을 때 돈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니고

다 쓰고 죽는 거야

써~~!





돈 좀 많이 썼다 하는 날이면

다들 한 번씩은 하는 말 일 거다.





죽으면

누가 저승으로

계좌 이체해 주는 것도 아니니까




근데

뭐 꼭 계좌이체로만 받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난 죽어서 돈 가져갈 거야~~





남편은 픽 웃더니 대꾸도 없다.





잘 들어~~

내가 먼저 죽으면

전 재산을 싹 다 현금으로 바꿔!

그리고

그걸 딱 반으로 나누는 거야.



그런 다음



반은

당신이 살 집을 사든~

먹고 죽든~~

마음대로 해.

당신 거니까.



그리고 나머지 반은 내 거야.



내 몫으로

내가 지낼 좋은 곳을 구해.

외곽에 경치 좋은 땅을 조금 사던가

아니면 실내도 좋아



창문 있어서 햇볕도 잘 들고

관리도 고급으로 되고

음침한 거 없이

훤하고 따뜻한 곳으로.



비싸다고

돈 아낀다고

뭐 무슨 할인이 되냐 마냐

어디가 더 싸네 마네

그런 거 따지지 마!



그 돈 내 목아치야!



그 돈 모은다고 아끼더니

쓰지도 못하고 죽었네 어쨌네

불쌍하다 할 필요 없어.

내 몫은 그렇게 챙겨 갈 거니까.



알겠지?



그 돈 다 써서

최~~ 고 좋은 데다가

날 딱 갖다 놓으라고.



어??!!



저세상 인생

좋은 데서 편안~하게 살라니깐.



어??!!!!



알았어??!!!!!





딴짓하며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남편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하.... 그래..

마음대로 하세요~~





언제 죽을지 모르니

쓸 거 쓰고 즐기며 살라 하지만





반대로

언제 죽을지 모르니

얼마를 어떻게 쓰고 즐겨야 할지

노 아이디어.





불편함 없을 정도

자괴감 들지 않을 정도

자존심 상하지 않을 정도

팔자타령하지 않을 정도





고 정도 쓰다가 죽을란다.





그리고 나머지는

저세상

나 살 집 보증금으로















"할부하시겠어요?"




"아니요, 현금 일시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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