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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외로움.

by 블레스미


그동안 렌트 하우스에서 살았었다.





상황적인 이유로

이제는 나의 집이 필요하게 되었고

하필이면

이렇게나 금리가 높은 이 시점에

집을 사게 되었다.





우리가 중요하게 보았던 조건은

아이들의 학교와

남편의 출퇴근 거리였다.





두 가지를 중심으로 지역을 정하고

방과 화장실의 개수,

거실의 방향과 채광,

연식과 내부 구조를 따져서

투어를 다녔다.





그 과정 중에 제일 유용했던 건 바로

zillow.





계약하는 과정엔

리얼터의 역할이 크지만

그전 단계라면

zillow를 통해 혼자서도 충분히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사이트다.




www.zillow.com







집을

사고팔고 렌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정보의 샘이다.





얼마나 들락거렸는지

내가 리얼터가 될 뻔.





이리저리 손품, 발품을 팔아

정보를 모으고

리얼터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집이

바로 지금의 집이다.





새로운 사이트에 지어지는 커뮤니티라서

연식에 따라 손봐야 할 부분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당연히 이웃들도

집 터의 첫 주인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서로 반갑다 인사하고

자기소개하는 분위기라

화기애애해서 좋다.





그러던 중,





바로 옆집에서

potluck party를 하자는 제안을 했고

채팅방도 만들어졌다.






노는 거 좋아하는 아저씬가~~

나야 뭐 좋지!





potluck party는

각자 서로 함께 나눠 먹을 음식을

준비해 오는 방식의 파티다.






아무리 potluck이지만

장소를 제공한다는 건 큰일이기에

얼마나 고맙고 반갑던지~





자, 메뉴를 정해야겠는데...





한식 중에,

비주얼이 좋은 것.

간단히 집어먹을 수 있는 것.

맵지 않은 것.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평준화의 맛.





역시 김밥이네!





마침

미국에 냉동 김밥 열풍이 있었던지라

이거다 싶었다.





나는 말 터이니

당신은 써시오.





재료들을

씻고 다듬고 지지고 볶아 준비해서

남편과

김밥 공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참기름 냄새에

손들이 하나 둘 왔다 갔다 하더니

맛만 보자며 먹어치운 게 몇 줄이냐~





그렇게 15줄을 싸고 나니

나는 어느새 김밥천국 아줌마.





글라스락에 가지런히 담아내고

깨르르로 마무리!






됐어!!

좋았어!!!!





자 이제 내 몸단장 타임~





남편과 내가 미국에 와 살면서

지키는 것 중에 하나가 복장인데

어디를 가든

단정하게 차려입으려 노력한다.





미국은 남 신경 안 쓰고

아무렇게나 입지 않아??





맞다.

신경들 쓰지 않는다.





근데 그 모습을 보고

생각이란 건 하더라...





다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고

온화한 미소를 지을 뿐.





왜냐면

이곳은 소송의 나라니까~





어딜 가든

나 홀로 아시안인 경우가 많기에

나를 보고 아시안을 평가할까 싶어

기죽지 말자에서 나오는

생존법이다.





코로나가 한창일 땐

쳐다보는 눈빛이 들이 왠지

따갑게 느껴져서

정말 마트에 갈 때도

촤르르 차려입고 갔더랬..





정말로 준비 완료.

김밥 들고 출격이다.






서로들 반갑게 인사를 하고

통 성명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네 싶더라.





그중에 제일 반가웠던 건

K의 위상 확인!





한국인이냐며 다가들 오더니

K가 만들어낸

음식, 드라마, 영화, 노래, 가수,

그리고 한국어까지

아는 것들을

내 앞에서 모두 쏟아 내는 모습들에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김밥이라니

탁월한 선택이었네.





가만 보아하니

인도 사람이 많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언어가 들린다.





삼삼오오 모여

그들의 언어로 신나게 떠드는 모습





치... 좋겠다....

나도... 나는.... 나만..... 힝....





이건 뭔가

풍요 속에 빈곤이랄까..??





나도

신나게 맛깔나게

한국말로 떠들고 싶다.





남 음식 먹는 거 쳐다보듯이

그들을 쳐다보게 되는 내 모습.





그 모습이 초라해 보일까 싶어

싫다.






어깨를 펴고


다리를 꼬아 올리고


팔은 양쪽 팔걸이에 걸친 채


허리를 꼿꼿이 세워 등을 대고 앉는다.


그리고 여유 있는 미소를 장착한다.






놀자고 만난 이 좋은 날


신나게 김밥 싸 오더니만


난 왜 혼자 고독 영화를 찍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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