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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외로움.
by
블레스미
Dec 8. 2024
그동안 렌트 하우스에서 살았었다.
상황적인 이유로
이제는 나의 집이 필요하게 되었고
하필이면
이렇게나 금리가 높은 이 시점에
집을 사게 되었다.
우리가 중요하게 보았던 조건은
아이들의 학교와
남편의 출퇴근 거리였다.
두 가지를 중심으로 지역을 정하고
방과 화장실의 개수,
거실의 방향과 채광,
연식과 내부 구조를 따져서
투어를 다녔다.
그 과정 중에 제일 유용했던 건 바로
zillow.
계약하는 과정엔
리얼터의 역할이 크지만
그전 단계라면
zillow를 통해 혼자서도 충분히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사이트다.
www.zillow.com
집을
사고팔고 렌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정보의 샘이다.
얼마나 들락거렸는지
내가 리얼터가 될 뻔.
이리저리 손품, 발품을 팔아
정보를 모으고
리얼터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집이
바로 지금의 집이다.
새로운 사이트에 지어지는 커뮤니티라서
연식에 따라 손봐야 할 부분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당연히 이웃들도
집 터의 첫 주인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서로 반갑다 인사하고
자기소개하는 분위기라
화기애애해서 좋다.
그러던 중,
바로 옆집에서
potluck party를 하자는 제안을 했고
채팅방도 만들어졌다.
노는 거 좋아하는 아저씬가~~
나야 뭐 좋지!
potluck party는
각자 서로 함께 나눠 먹을 음식을
준비해 오는 방식의 파티다.
아무리 potluck이지만
장소를 제공한다는 건 큰일이기에
얼마나 고맙고 반갑던지~
자, 메뉴를 정해야겠는데...
한식 중에,
비주얼이 좋은 것.
간단히 집어먹을 수 있는 것.
맵지 않은 것.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평준화의 맛.
역시 김밥이네!
마침
미국에 냉동 김밥 열풍이 있었던지라
이거다 싶었다.
나는 말 터이니
당신은 써시오.
재료들을
씻고 다듬고 지지고 볶아 준비해서
남편과
김밥 공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참기름 냄새에
손들이 하나 둘 왔다 갔다 하더니
맛만 보자며 먹어치운 게 몇 줄이냐~
그렇게 15줄을 싸고 나니
나는 어느새 김밥천국 아줌마.
글라스락에 가지런히 담아내고
깨르르로 마무리!
됐어!!
좋았어!!!!
자 이제 내 몸단장 타임~
남편과 내가 미국에 와 살면서
지키는 것 중에 하나가 복장인데
어디를 가든
단정하게 차려입으려 노력한다.
미국은 남 신경 안 쓰고
아무렇게나 입지 않아??
맞다.
신경들 쓰지 않는다.
근데 그 모습을 보고
생각이란 건 하더라...
다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고
온화한 미소를 지을 뿐.
왜냐면
이곳은 소송의 나라니까~
어딜 가든
나 홀로 아시안인 경우가 많기에
나를 보고 아시안을 평가할까 싶어
기죽지 말자에서 나오는
생존법이다.
코로나가 한창일 땐
쳐다보는 눈빛이 들이 왠지
따갑게 느껴져서
정말 마트에 갈 때도
촤르르 차려입고 갔더랬..
정말로 준비 완료.
김밥 들고 출격이다.
서로들 반갑게 인사를 하고
통 성명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네 싶더라.
그중에 제일 반가웠던 건
K의 위상 확인!
한국인이냐며 다가들 오더니
K가 만들어낸
음식, 드라마, 영화, 노래, 가수,
그리고 한국어까지
아는 것들을
내 앞에서 모두 쏟아 내는 모습들에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김밥이라니
탁월한 선택이었네.
가만 보아하니
인도 사람이 많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언어가 들린다.
삼삼오오 모여
그들의 언어로 신나게 떠드는 모습
치... 좋겠다....
나도... 나는.... 나만..... 힝....
이건 뭔가
풍요 속에 빈곤이랄까..??
나도
신나게 맛깔나게
한국말로 떠들고 싶다.
남 음식 먹는 거 쳐다보듯이
그들을 쳐다보게 되는 내 모습.
그 모습이 초라해 보일까 싶어
싫다.
어깨를 펴고
다리를 꼬아 올리고
팔은 양쪽 팔걸이에 걸친 채
허리를 꼿꼿이 세워 등을 대고 앉는다.
그리고 여유 있는 미소를 장착한다.
놀자고 만난 이 좋은 날
신나게 김밥 싸 오더니만
난 왜 혼자 고독 영화를 찍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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