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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군 이겨라! 백군 져라!
by
블레스미
Dec 16. 2024
Oh my... 엄마..!
나 왜 이러니..?
죽을 건가 봐..!
식탁 위에 앉았다.
거울을 올려놓고
머릿속을 샅샅이 뒤져 뽑은 백군을
검은 색종이 위에 하나 둘 쌓아 올린다.
어느새 수북하다.
눈깔을 얼마나 까 뒤집고 뒤졌는지
어지러울 지경이다.
족집게는 나의 열정에 전도되어
뜨끈뜨끈.
머릿속은 나의 공격에 상처 입고
화끈화끈.
작년만 해도
이렇게 까진 아니었던 거 같은데
속을 뒤져 볼 필요도 없이
어느새 백군에게 정수리를 정복당했다.
흰머리가 나면 뽑지 말라고들 했다.
나이가 들면
흰머리가 아니라
머리숱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울을 보고 있자니
하... 이것들이 나를 약 올린다..
야 어디 한 번 때려봐
치라고! 쳐봐!
야 이 쪼다야
치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쳐다보면 어쩔 건데??
어????
욱하는 마음에
손을 머리까지 올리지만
옆에 착한 범생이 친구가
나를 말린다.
야~~니가 참아!
쟤가 저러는 게 하루 이틀이냐
참는 게 이기는 거다
너한테 그냥 도발하는 거니까
쳐다보지 마
그냥 무시하라고!
못 이기는 척 손을 내린다.
그리고
머리를 흩트려 뜨려
눈에 덜 보이게 덮어 버린다.
내 머릿속
백군과 흑군의 싸움은
시작된 지 오래다.
계속되는
흑군의 수적 열새를 타개해 보고자
지원군을 급파하기로 결정했다.
두 종류의 지원군을
한 곳에 담아 고르게 섞고
내 오른팔 장군으로 활약하는
남편을 출정시킨다.
그는
나의 총지휘 아래
샅샅이 구석구석
지원군을 상륙시켰다.
찹찹찹찹...
이로써 잠시 휴전이다.
종전은
안타깝게도 불가능이다.
흑군과 백군
모두 같은 색 옷을 입으니
이리 평화로울 수가 없다.
마치
전쟁 전의 나로 돌아간 듯하다.
유효한 안식이라는 걸 알지만
지금 이 순간을 즐기리라.
쳐다보기도 싫던 거울을
오늘은 좀 봐줬다.
@ 쿠키 텍스트 있음
내 머리 염색은
줄곧
남편의 듀티였다.
어느 날
출근 한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웬만하면 카톡으로 해결하는데
뭔 일인가 싶어 얼른 받았다.
회사에
여직원이 말해줬는데!
혼자서 할 수 있는
염색약을 판대!!
샴푸처럼 거품이라서
혼자 할 수 있다는데??!!
어, 알아
알아?
알고 있었어??
어,
그거 하나 살 돈으로
이거 두 개 살 수 있어서
안 사는 거야.
아.. 그래.. 알았어.
아마도
나보다 남편이 더 지겨운 듯하다.
안타깝지만
당신은 끝까지
내 오른팔 장수 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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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전쟁
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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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 승무원, 강사, 교수의 타이틀이 있던 삶이었습니다. 미국 이주 후, 한국어를 가르치며 초기화 된 제 인생을 스스로 구하는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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