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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군 이겨라! 백군 져라!

by 블레스미

Oh my... 엄마..!



나 왜 이러니..?

죽을 건가 봐..!





식탁 위에 앉았다.





거울을 올려놓고

머릿속을 샅샅이 뒤져 뽑은 백군을

검은 색종이 위에 하나 둘 쌓아 올린다.





어느새 수북하다.





눈깔을 얼마나 까 뒤집고 뒤졌는지

어지러울 지경이다.





족집게는 나의 열정에 전도되어

뜨끈뜨끈.

머릿속은 나의 공격에 상처 입고

화끈화끈.





작년만 해도

이렇게 까진 아니었던 거 같은데

속을 뒤져 볼 필요도 없이

어느새 백군에게 정수리를 정복당했다.





흰머리가 나면 뽑지 말라고들 했다.

나이가 들면

흰머리가 아니라

머리숱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울을 보고 있자니

하... 이것들이 나를 약 올린다..




야 어디 한 번 때려봐

치라고! 쳐봐!

야 이 쪼다야

치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쳐다보면 어쩔 건데??

어????





욱하는 마음에

손을 머리까지 올리지만

옆에 착한 범생이 친구가

나를 말린다.





야~~니가 참아!

쟤가 저러는 게 하루 이틀이냐

참는 게 이기는 거다

너한테 그냥 도발하는 거니까

쳐다보지 마

그냥 무시하라고!





못 이기는 척 손을 내린다.

그리고

머리를 흩트려 뜨려

눈에 덜 보이게 덮어 버린다.





내 머릿속

백군과 흑군의 싸움은

시작된 지 오래다.





계속되는

흑군의 수적 열새를 타개해 보고자

지원군을 급파하기로 결정했다.





두 종류의 지원군을

한 곳에 담아 고르게 섞고

내 오른팔 장군으로 활약하는

남편을 출정시킨다.





그는

나의 총지휘 아래

샅샅이 구석구석

지원군을 상륙시켰다.





찹찹찹찹...





이로써 잠시 휴전이다.

종전은

안타깝게도 불가능이다.





흑군과 백군

모두 같은 색 옷을 입으니

이리 평화로울 수가 없다.

마치

전쟁 전의 나로 돌아간 듯하다.





유효한 안식이라는 걸 알지만

지금 이 순간을 즐기리라.

쳐다보기도 싫던 거울을

오늘은 좀 봐줬다.












@ 쿠키 텍스트 있음





내 머리 염색은

줄곧

남편의 듀티였다.





어느 날

출근 한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웬만하면 카톡으로 해결하는데

뭔 일인가 싶어 얼른 받았다.





회사에

여직원이 말해줬는데!

혼자서 할 수 있는

염색약을 판대!!

샴푸처럼 거품이라서

혼자 할 수 있다는데??!!



어, 알아



알아?

알고 있었어??



어,

그거 하나 살 돈으로

이거 두 개 살 수 있어서

안 사는 거야.



아.. 그래.. 알았어.



아마도

나보다 남편이 더 지겨운 듯하다.





안타깝지만

당신은 끝까지

내 오른팔 장수 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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