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각자가 처한 상황이 같을 때
그리고 입장이 같을 때
더 마음을 쓰게 되는 게
당연하다.
여행을 다니느라
비행기를 많이 타 본 입장으로서
그 승객에게.
타국에서
4 식구가 똘똘 뭉쳐
무엇이든 함께하는 입장으로서
그 가족에게.
아이들을 키우고
우선으로 챙기게 되는 입장으로서
그 부모에게.
내 마음이 나눠진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 마음 가장 큰 부분이 가 닿는 건
기장과 승무원
같은 하늘을
사랑햤던 사람으로서
나에겐
그대들 일 수밖에 없다.
당시
기내의 상황은 무엇이었을지
두 가지로 나뉘어 생각되는데
두 가지 모두 물음표로
석연치가 않다.
도대체 왜...
모르겠다.
인간으로서의 두려움
안전 담당자로서의 책임감
유니폼을 입은 자로서의 비장함
결말이 예상되는 자로서의 공포
모든 것을 꾹 삼키고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딸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승무원 ㅇㅇㅇ 였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는다.
아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다가 맞다.
내 정신이
내 생각이
내 마음이
오롯이 그대들 옆으로 가 앉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